다섯 사람A는 방송산업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다. 나가서든 집에서든 늘 일에 묶여 있다. 재택이라고 하면 쉬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일한다. 빡센 노동과 불안한 삶을 하소연할 곳이라곤 업계 동료들과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카톡 대나무 숲일 뿐 노조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B도 방송계에서 일하다가 그래도 기대를 가지고 노조에 가입했지만 처음 기대와 달리 노조는 너무 약해 방송사 정규직에게도 무시당하고 같은 업계 선배의 횡포에 눈치 보며 산다.C는 대기업의 사무직이다. 좀 더 나은 직장 생활을 위해 노조에 가입했
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선거운동 개시를 전후해 여야 지도부의 거친 언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격전지에 지원 유세를 가서 지지를 호소하다 보니 강성 발언이 나오나 보다 하고 넘어가려 해도 비속어까지 등장하니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여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간 날선 공방이야 어제오늘 봐온 게 아니지만,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참전하는 모양새라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연초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갈라선 후에는 주목도가 확실히
사회적 대화를 협의로 규정한 배경에는 민주노총의 강한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주체들도 이미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가 ‘합의를 지향하는 협의기구’라는 사실에 합의하고 있었던 터라 민주노총의 제안이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협의가 합의의 도출을 배제하지 않을뿐더러 적극적으로 다수자의 최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합의를 지향하는’이란 건 비 온 뒤에 물주기만큼이나 불필요한 수사였다.민주노총이 협의기구로서의 성격을 요구한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의결
지난달 6일,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폐수처리시설 청소 작업에 투입된 원·하청 노동자 7명이 질식 사고를 당했다. 재해자 중 30대 노동자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언론에 따르면, 밀폐작업 허가서를 끊었지만 산소마스크가 아닌 방진 성능만 있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처음 투입된 재해자들이 공정 내 발생하고 있는 불산 가스로 쓰러지면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인원들도 질식하면서 사고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해당 시설은 밀폐공간으로 분류된 장소기도 했다. 공정 입구엔 밀폐공간 경고표시가 부착돼 있었던 만큼, 이
저출생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담론이지만 수십 년째 정부와 정치권은 헛발질만 하고 있다. 이젠 이들이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언론도 마찬가지다.언론은 지난 16년 동안(2006~2021년)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합계 출산률이 매년 하락해 “헛돈을 썼다”고 비판해 왔다. 조선일보는 2018년 12월12일 주경철 서울대 교수 칼럼에서 “장려금 지급 등의 설익은 정책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에 ‘고대 스파르타식 저출산 해법은 통하지
냉면은 면을 압착, 분창(크기에 따라 면의 가늘고 굵은 정도를 조절하는 구멍 난 통)으로 뽑아내는 메밀국수에 고명과 육수를 더해 사계절 차게 먹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음식이다. 냉면은 무미(無味)의 미(味)라는 역설 위에 존재한다. 육수는 맹물처럼 밍밍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란 말인가. 맛의 구체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손수 만들어 먹기도 어렵다. 제분과 반죽 즉시 면을 뽑아야만 메밀의 곡물 향, 수줍고 은은한 단맛이 겨우 코와 입에 닿는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를 삶아 내 만드는 최고의 육수라고 하지만 차가운 온도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는 음악가는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신의 팬을 만나는 일에 큰 설렘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한국 팬들과 공연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우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팬들은 공연과 음악 자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연을 숨죽여 감상하는 경향이 있고 이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을 주는 것은 특이하게도 술이다.그렇다. 한국 실내 공연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술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음식물 반입도 불가능하다. 뚜껑
주식회사 매일노동뉴스(대표이사 한계희)가 28일 오전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에서 21기(2023년 1월1일~12월31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영업보고·사업보고·감사보고에 이어 21기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결손금처분계산서 승인 건을 의결했다.이사 선임의 건도 처리했다. 신임 사내이사로 정기훈 언론노조 매일노동뉴스지부장이 선임됐다. 매일노동뉴스는 노조 대표가 당연직 사내이사다.4명의 사외이사 중 두 명이 바뀌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이 새 사외이사를
“그들이 아직도 글을 쓰고 떠벌리는 동안 우리는 야전 병원과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았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 최고라고 지껄이는 동안 우리는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마르크 10대 시절 제가 자주 하던 게임이 ‘갤러그’와 ‘엑스리온’입니다. 내용은 단순해서 제가 비행기 조종사가 돼 상대를 많이 때려 부술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입니다. 그 시절 제가 푹 빠져 읽던 책은 로, 관우가 전투를 끝내고 술 한잔 ‘캬~’ 마시는 게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언젠가
지난 14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2022년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안 채택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필자는 언론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에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느냐는 것이었다.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는 통상 △A. 진정인의 주장 △B. 정부의 답변 △C. 결사의자유위원회의 심의
선거에서 성소수자는 어떤 존재일까. 성소수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공보물을 펼쳐놓고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해야 삶이 나아질지 고민하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총선 뉴스 속에서 눈길을 끌 만한 소식이 있었다. 집회에서 자주 보던 군 인권활동가가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추천 비례대표 후보가 됐고, 국민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 국회의원 나오나”라는 보수·개신교 신문의 득달같은 보도와 극우 개신교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고, 당 차원에서 그를 컷
수년 전, 일하다 무릎을 다쳐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노동자가 있었다. 명백한 사고였기에 산재 승인은 어렵지 않게 이뤄졌지만 얼마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 발병했다. 바람만 스쳐도 ‘세상에서 가장 강한 통증’이 유발된다는 희귀질환이다. 업무 관련성을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질환이었지만 사고로 인한 부상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었기에 장해급여를 신청했고 다행히 승인됐다.그런데 장해판정을 받을 당시 그가 겪은 일은 충격적이었다. 장해판정을 받으러 간 그는 자신을 ‘검사’할 공단 자문의에게 “CRPS환자이니 제발 무릎을 건드리지
이달에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350차 이사회에서 주요 쟁점은 생활임금 결정 기준과 방식에 관한 논의다.이사회 참가자들은 생활임금을 포함한 임금 정책에 관한 전문가 회의 보고서를 검토했다.올해 2월에 발표된 보고서는 경제 및 사회 발전과 사회 정의의 증진에 있어 ‘괜찮은 임금’(decent wage)의 핵심적인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보고서는 생활임금(living wage)의 개념을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괜찮은 생활 수준(a decent standard of living)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임금 수준으로” 규정하면서 국
판결 요지2021년 6월1일자 인사이동으로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이 변경됐는데, 이 팀장이 매주 수요일 회의를 신설하고, 점심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했으며, 업무와 무관하게 출퇴근 복장을 점검 및 품평하고,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2차례 실시해 그 점수를 근무평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고, 전례 없는 청소 검열을 실시해 업무 강도 및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이 중 ‘출퇴근 복장 점검 및 품평, 필기시험’은 고용노동부와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각각 직장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다만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고인이 본인의 심혈관
3월27일 수요일중앙노동위원회 동양소재산업 주식회사(부당해고) 오후 1시30분, 서울주택도시공사(부당해고) 주식회사 플레이포인트랩(부당해고) 오후 2시30분, 사회적협동조합 포항나눔지역자활센터(부당해고) 오후 3시30분, 주식회사 톰슨로이터코리아(부당견책) 오후 3시30분, 주식회사 사조대림(부당출근정지) 오후 4시30분서울지방노동위원회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 유한회사(쟁의조정) 금속일반노동조합-사단법인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 2개사(쟁의조정) 오전 10시, 주식회사 토즈(부당감봉) 오후 2시, 베올리아산업개발코리아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14. 선고 2022가단5175018 판결 1. 개요와 쟁점고인은 1962년생 여성으로 2019년 10월31일 서울대에 청소원으로 입사해 기숙사 청소업무를 하다가 2021년 6월27일 새벽 기숙사 직원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급성심근경색). 고인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고, 2022년 1월경 승인처분을 받았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사망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 55분으로 적지만 △1주일에 6일을 출근해 휴일이 부족했다.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고(
환갑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는 아직도 주 5일 출근을 하신다. 30년을 근속한 회사에서 정년퇴직하시고 이것저것 새롭게 배우시더니, 아예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낫다’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씀하더니, 지난해 말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여부가 결정될 즈음에는 긴장을 하셨는지, 되고 나선 ‘합격’했다며 자랑까지 하셨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솔직히 양가적이다. 그래도 건강하셔서 일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 ‘임·계·장(임시 계
나의 일, 나의 일터, 내가 살아 온 날을 기록해 보자. 전문작가의 글처럼 수려하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나의 삶이 꼭 성공적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자체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은빛기획이 노동자들과 퇴직예정자들에게 글쓰기, 자서전 쓰기를 제안한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어느 날, 시가 쓰고 싶어졌다. 해질녘 풍경을 그린 시 한 편이 통째로 머리에 떠올랐다. 허겁지겁 종이를 찾았다. 쓰다만 일기장 뒤편을 펴고 단숨에, 일필휘지로 시 한 편을 썼다. 그날 이후 매일처럼 시를
솔직히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배달기사는 내게 짜증의 대상이었을 뿐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배달노동자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배달 중 사고가 크게 나서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업무상 사고는 굳이 노무사 도움 없이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재해자는 “그건 알지만, 본인이 신호위반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 힘들 거 같다고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다.신호위반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호위반과 같은 중과실은 범죄행위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폭우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인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2조원으로 출발했던 저출산 예산은 2018년 이후 40조원까지 확대됐고, 급기야 지난해는 50조원까지 확대됐다. 일부 인구정책에서 나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저출산 예산이 국민총생산(GPD)의 4%에 달하니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예산을 지적하며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