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는 2018년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를 줄여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했다. 이후 2018년 7월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돼 2021년 7월부터 5명 이상의 사업장까지 확대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참에 원칙적으로 주 40시간만 노동하고, 노동자가 동의할 때만 주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 주 52시간 상한제와 관련해 노동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2021년 6월28일 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연장근로시간이 2017년 2천14시간, 2018년 1천986시간, 2019년 1천978시간, 2020년 1천952시간으로(상용 5인 초과 사업체노동력조사) 줄었다고 공개했다. 임금근로자 근로여건 만족도는 2015년 25.3%, 2017년 27.7%, 2019년 32.3%로 증가(2019년 한국의 사회지표, 통계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와 기재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근로여건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28일 노동부는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 조사한 ‘주 52시간 상한제 대국민 인식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국민의 절반 이상(55.8%)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하는 편”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적게 하는 편”이라는 인식은 6.6%에 그쳤다. 또 “초과근무로 임금을 더 받기”(23.5%)보다는 “정시퇴근해서 여가를 즐기겠다”(76.1%)는 노동자가 3배 이상 많았다. 노동자 4분의 3 이상(77.8%)이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15.7%였다.

노동부는 적어도 2021년 12월까지는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돌연 노동부는 ‘경제 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며,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주 단위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합의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용자들은 이번 발표를 반기고, 노동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연장근로 주기를 확대하면 할수록 주간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용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노동자들을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어 결국 사용자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5명 이상 사업장까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노동부는 노동자의 반대에도 주 최대 노동시간을 늘리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지난 2021년 말까지 추진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뒤엎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선택적·탄력적·재량 근로시간제가 규정돼 주 52시간 상한제의 예외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런데도 굳이 필요없는 발표를 한 것은 문제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주 52시간 상한제 하에서 재택근로와 유연근로까지 해본 노동자들에게 주 최대 노동시간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실로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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