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직업상담원 공무원화 추진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노동부가 고용안정센터의 ‘1조직2신분’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직업상담원 공무원화 추진에 대해 직업상담원노조가 19일 성명을 내 “고용안정센터 조직개편이 우선”이라며 공무원화 추진 중단과 공단화 추진에 무게 중심을 싣는 목소리를 냈다. 이는 직업상담원노조가 지난 노동부의 발표에 대해 2주 가량의 침묵을 깨고 처음 공식적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부라는 절대 그릇을 깨라”

이날 직업상담원노조는 고용지원서비스의 핵심은 ‘신분’ 문제 해결에 앞서 근본적으로 ‘그릇’(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직업상담원노조는 “고용지원서비스의 주축인 고용안정센터가 도입된 지 10년을 맞고 있지만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 근본적 문제 접근이 아닌 단기적 처방,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획일화 등으로 고용서비스 선진화란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선 지적했다. 이어 직업상담원노조는 “노동부가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 기틀 마련을 위해 그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 방향 설정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내부 종사자들의 신분 안정에만 국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고용안정센터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부라는 절대적 그릇을 깨야 한다는 것. 직업상담원노조는 “내부 종사자들의 신분 또는 처우개선 만으로 국가 고용지원서비스의 선진화를 완성시킬 수는 없는데도, 지금의 노동부는 현 체제의 손상 없이 그 내용물만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고용지원서비의 확립을 도출하려면 지금의 노동부라는 틀에서 벗어나 가장 합리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공단 또는 고용청 또는 고용안정본부 또는 지자체이든 ‘조직개편’ 논의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직업상담원노조는 “고용서비스 전문성과 단일한 인사체계를 갖춘 고용서비스만을 위해 존립하는 조직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자리보존을 위한 그릇지키기가 아닌 성공적 고용지원서비스 완성을 위해 합리적 조직개편 방법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직업상담원 공무원화 논의 전망은?

직업상담원노조의 이같은 성명은 지난 노동부의 발표 이후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서 나온 것으로, 노동부 공무원의 직업상담원 공무원화를 반대하고 행자부와 중앙인사위 등 관계부처 합의를 끌어내기가 수월치 않다는 우려의 시각이 담긴 것이다. 이는 노동부가 비록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공무원화의 현실성이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존에 주장해온 보다 분명한 ‘공단화’ 등 조직개편이 우선이 된 상태에서 신분 문제도 그 안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영진 직업상담원노조 위원장은 “이미 정부 조직 안에서 10년간 고용지원서비스를 해 왔으나 공무원 관리의 한계 속에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직업상담원 공무원화는 단순히 노동부 조직을 지키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직업상담원 공무원화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부는 ‘고용노동부’와 ‘고용지원센터’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노동부는 발표했지만 이는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터트리기에 다름 아니”라며 “조직개편의 큰 틀에서 신분 문제까지 포함한 문제를 당사자와 충분히 논의한 상태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직업상담원노조는 “직업상담원의 일방적 공무원화 추진을 보류하고 조직개편 논의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TF팀을 구성해야 한다”며 “TF팀에서는 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직업상담원노조의 주장에 대해 노동부는 일단 애초의 일정대로 조만간 TF팀을 구성해 직업상담원, 노동부공무원 등 당사자까지 포함시킨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이미 노동부는 노동부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TF팀을 구성키로 한 바 있으며 차관이 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TF팀에서는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에 대해 적극 논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 된 직업상담원 공무원화의 방향 전환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놔 앞으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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