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보호를 위한 정부입법안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불법파견 시 고용보장 조항이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자, 금속산업연맹과 불법파견 사업장의 비정규직노조 등 당사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 하이닉스매그나칩 등 불법파견 사실이 유달리 많이 확인된 올해에 비정규교섭이 시작됐다. 노동계 주장대로 불법파견사업장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부의도가 사실이라 가정하더라도, 노동계조차 이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최근에 교섭을 재개하면서 조항을 자세히 검토한 결과 그 사실을 알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1일 노사교섭에서 경총 등 사용자 쪽은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는 물론이고 고용의무도 힘들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 정부안에 고용의무라고 명시돼 있는데도 이 정부안조차 부정하고 있는 사용자 태도에 의심을 품었던 노동계가 협상장에서 조문을 검토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

노동계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교섭을 할 때에는 구체적인 법조문이 아닌 노동부의 설명자료를 토대로 노사정 비교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구체적인 법조문을 들고 교섭을 벌였다면 정부안을 토대로 교섭이 진행되는 한계를 보였을 것”이라며 법조문을 교섭자료로 활용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당시 불법파견에 대해 고용의무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노사정은 고용보장방안, 사용기간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특히 교섭 전 국가인권위 의견이 나오면서 노동계로서는 정부안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따라서 구체적인 정부법안 조문을 놓고 협상을 시작할 경우 정부안을 토대로 교섭하는 한계를 보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고용의제가 아닌 고용의무라고 해서 논란을 빚었는데, 제조업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불법파견을 사용했을 때 그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관련 법조항이 누락돼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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