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과 노동부는 이날부터 시작되는 비정규법 노사교섭이 타결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타결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타결에 이르기까지에는 노사간에 넘어야 할 산과 골이 매우 높고 깊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 타결 가능성 = 아직 정식 교섭도 시작하기 전에 ‘끝’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환노위 소속 각당 의원들과 노동부는 내심 극적 타결을 바라면서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교섭을 주선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9일 “합의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합의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노사간에 공감대 정도만 형성되면 성과”라고 말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도 “6월에도 우리당에서 일부 합의했다고 말했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니 합의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그때랑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도 “합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정부 의견은 이미 법안에 다 들어가 있다”며 “이번에 노사간 의견 접근이 되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가 타결할 경우 법안 처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과 단 의원은 “노사가 합의하면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합의 부분은 존중하겠다”면서도 “노사 교섭이 정부법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만큼 법안 심의 과정에서 법 형식의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합의 못하면 = 문제는 노사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때다. 이렇게 되면 여야는 각당의 처지에 따라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여당은 여당대로 법안을 처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법안 처리에 협조할 것인지, 저지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야 모두 처리를 하더라도 분명한 ‘명분’을 쥐어야 하고, 처리를 하지 않거나 못 하더라도 이에 걸맞는 ‘명분’이 필요하다. 처리 시기보다 법안의 내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후 법안 처리 유무에 따라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지게 되는가와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다.

이목희 의원은 “합의된 부분은 존중하되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며 “노사 대화를 보고 나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상황이든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입법을 못하면 노무현 정권 동안에는 입법하지 못한다는 것을 노동계나 민주노동당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교섭을 법안 처리를 위한 통과 수순으로 보는 노동계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도 그는 “상식을 벗어나 격렬히 반대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된다면, 이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일도 의원은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며 “단지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니 국회의원의 직무에 따라 심의하고 처리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단병호 의원은 “적극적으로 심의에 참석해 비정규권리보장법안 관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노위 심의는 어디서부터 = 오는 28일과 29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비정규법을 다루더라도, 정부법안을 중심으로 다룰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회기 법안소위에서 이목희 의원이 ‘정부법안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안건을 두고 표결을 실시했는데, 배일도, 단병호 의원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 의원은 “그날 표결을 했다고 우리당이 주장하는데, 그것은 의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표결이 아니라 우리당 의원들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목희 의원은 “표결은 정당했고 유효하다”며 “그렇다고 배 의원안과 단 의원안을 폐기하거나 다루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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