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사용자의 폐업에 반대해 고용승계를 요구하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재산 압류에 이어 집까지 강제경매에 넘겨질 상황에 처했다.

13일로 공장농성 409일, 고공농성 66일째 접어든 가운데 11명의 노동자와 가족은 법원에서 통장과 전세보증금 압류, 부동산 강제경매 등 통지를 받았다. 이들은 2022년 10월 경북 구미시 외국인투자단지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LCD 편광필름 생산공장이 화재로 전소한 뒤 법인을 청산하고 공장을 허물기로 한 사용자쪽에 맞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게 간접강제금을 부과하고, 집행을 위해 재산을 압류했다. 지난 1월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사용자쪽이 제기한 공장철거 방해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후 계속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매일 95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김천지원은 지난달 6일 이렇게 쌓인 간접강제금 1억1천200만원에 대한 강제집행을 인용했고, 1월17일~31일 1차분 5천600만원을 노동자 1명당 450만~550만원씩 나눠 부담하도록 했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한 노동자들의 부동산을 강제경매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강제경매 4건, 전세보증금 압류 4건, 통장 압류 3건이다. 전세보증금은 제3채무자인 임대인에게 받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은 지지를 호소했다. 고공농성 중인 소현숙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직2부장은 “통장이 압류됐지만 여기서(공장 옥상) 내려갈 생각은 없다”며 “노동자를 공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지회는 모금 방식으로 우선 간접강제금을 납부할 계획이다. 최현환 지회장은 “노조에서 조합원당 2천원씩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조합원 충격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 재산상 피해를 우선 막기 위해 간접강제금을 납부하고, 이후 법률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2일 6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옵티칼 투쟁 승리 모금 운동을 결정하고 조합원 1명이 2천원씩 기금을 내기로 했다. 노조는 13일 낸 성명에서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배가압류(손해배상·가압류), 그 비극을 만들자는 사회적 요구가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노동자 상황은 변함이 없다”며 “금속노조 전 조합원이 모금에 먼저 나서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까지 제안해 모금을 조직해 먹튀 자본이 노동자를 괴롭힐수록 연대는 넓어지고 투쟁은 뜨거워진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