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인과 법원 집행관, 경찰이 16일 오전 경북 구미 외국인전용투자단지 한국옵티칼 공장 앞 도로에서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종교인, 정당인 등과 대치했다. 행정대집행 고지서를 읽는 법원 집행관의 모습. <이재 기자>

“동료들이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을 전혀 몰랐다. 쇠사슬을 두른 동료들을 보면서 울었다.”

경북 구미시 외국인투자전용단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동 옥상에서 18일 현재 42일째 고공농성 중인 소현숙씨의 말이다. 지난 16일 오전 농성 해제와 노조사무실 인도 행정대집행에 나선 경찰과 법원 집행관 등을 막아선 소씨의 동료들은 공장 입구에 간이망루를 설치하고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망루에 묶었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지난달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한국옵티칼 청산인의 철거공사 방해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벌어졌다. 소씨를 비롯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과 금속노조를 대상으로 한 이 가처분은 소씨와 박정혜 지회 수석부지회장의 고공농성과 조합원의 공장부지 내 노조사무실 농성은 적법한 노조활동이 아니라며 청산인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지난달 8일에는 구미시가 공장 철거를 승인했다.

구미시청 수차례 ‘읍소’에도 공장 철거 승인

소씨와 박정혜 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공장 철거 승인 직전인 8일 아침 옥상에 올랐다. 공장 철거를 막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공장 철거를 막기 위해 구미시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철거가 임박했다고 하더라”며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을 지켜야 노조도, 우리도 지킬 수 있다”며 “막기 위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고민은 짧았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고용승계를 하라는 게 안 될 일을 떼쓰는 것도 아닌데, 이미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며 “공장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 2명을 비롯해 지회의 바람은 고용승계다. 일본 닛토덴코그룹은 한국옵티칼 이외에 평택에 공장을 둔 한국니토옵티칼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 기업은 모두 LCD 편광필름을 생산한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두 기업은 사원복과 명찰까지 같다”며 “(한국옵티칼에) 화재가 났다며 우리 물량이 평택으로 갔다면 우리도 가서 일하면 되는데 고용승계를 막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량은 갖고 가고 사람은 버리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3년 구미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토지 50년 무상임대와 수많은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화재로 공장이 전소한 뒤 11월 청산을 발표했다. 공장 재건을 바랐던 노동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회사는 2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15명을 해고 했다. 지회가 공장 농성에 돌입한 뒤 4명이 이탈했고 현재 11명이 농성 중이다. 한국옵티칼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세자금과 부동산 4억원 가량을 압류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다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표였던 사람, 울타리 걷어차고 절단기로 자르려 시도

소씨는 특히 함께 일했던 동료가 노동자를 공장 밖으로 내모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소씨는 “청산인인 사람은 청산 결정 전 기업 대표였고, 기업 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말을 했던 인사”라며 “화재가 나니 일본 자본이 아무런 문제 없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 우리를 쫓아내려고 해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 청산인이 우리를 불쌍하다고 말하고, 보는 앞에서 울타리를 걷어차고 절단기로 자르려고도 한다”며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변하는지 실망스럽고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소씨는 고공농성 사실을 차마 사전에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족에게 고공농성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올라와 어머니가 뉴스를 보고 연락하셨다”며 “화면에 나오는 게 너 맞느냐고 물으시더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쉽게 내려올 수는 없다’고, ‘고용승계까지 못 내려간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저 무사히, 몸 건강히 내려오라는 말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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