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정기훈 기자
▲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정기훈 기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배송직의 근로여건은 이미 (택배기사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수준의 근로여건을 훨씬 상회하고,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CLS 배송시스템 자체가 일반택배업계 배송시스템 구조와 다릅니다. 택배업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CLSD의 사회적 합의 참여는 적합하지 않습니다.”(홍용준 CLS 대표이사)

CLS 소속 택배노동자(퀵플렉서) 박아무개(60)씨가 지난 13일 새벽배송 중 목숨을 잃으며 쿠팡의 새벽배송이 과로사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홍종윤 대표가 택배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다른 회사들보다 뛰어나다고 답변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26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 내내 논란이 됐다.

CLS 배송시스템은 택배업계 다르다?
“과로 노동 다르지 않아

홍 대표의 답변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2021년 택배노동자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쿠팡은 직접고용을 한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CLS를 설립해 직접고용 하지 않는 지금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해야 한다. 함께 근로환경 개선 조건에 합의하라”고 요구했지만, 홍 대표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등 택배업체는 2021년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분류 전담인력을 별도 투입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쿠팡은 사업 초기 배송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고 홍보했지만, 규모가 급성장한 뒤 자회사 CLS를 설립해 정규직인 쿠팡친구(옛 쿠팡맨)의 상당수를 위탁사업자로 전환했다. 이후 과로사 추정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CLS 소속의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CLS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CLS와 계약한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 지위다. 다만 CLS가 정하는 배송 물량에 구속돼 노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있다. 현재 배송기사 2만명 중 약 1만3천명이 CLS에서 이런 형태로 일하고 있다.

2021년 택배노동자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이를 한 번 더 짚으며 사회적 합의 참여를 촉구했지만, 홍 대표는 “CLS 배송시스템은 일반 택배업계와 달리 모회사 쿠팡이 판 물건을 배송하는 구조다. 택배기사들이 분류가 완료된 걸 배송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정식 장관은 “(CLS가 참여한) 새로운 합의가 가능하고, 그럴 경우 (CLS가)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사회적 합의에 불참한다면) 합의 내용 이상으로 (CLS가) 할 수 있게 권고하고 설득하겠다”고 응답했다.

CLS는 장시간 노동 문제로 이날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쿠팡 퀵플렉서로 일하던 박아무개씨는 이달 13일 새벽 경기도 군포시의 한 빌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비대로 알려져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홍 대표는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을 통해 계산한 고인의 근로시간은 부정했다. 아직까지 산재로 판명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CLS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인은 일평균 9.7시간, 주당 평균 52시간을 일한다고 보고했다. 노동부는 야간근로의 경우 실근로시간에 1.3을 곱해 노동시간을 산출하는데 그럼 67.6시간을 일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영업점에서 근무시간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52시간이라고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데이터를 추산한 최대치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이 “다시 대답해 보라”고 요구하자 “야간 노동시간에 30%를 가산하는 기준이 있는 건 알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사람이 돌아가셨으니까 고시를 적용해 과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 고시는 심야노동 시간에는 1.3배를 곱해 계산한다. 67.6시간은 노동부가 과로로 인정하는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 근무와 1주 평균 4주간 64시간 근무를 넘어서는 시간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고인의 사인은 심장비대로 추정된다. 경찰은 고인이 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할 방침이나, 법원은 심장비대도 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벽노동 제한 요구에는 “기사들 좋아해”
회장님 불출석한 SPC·DL이앤씨 ‘찬밥’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의원들은 새벽배송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지만 쿠팡측은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이학영 의원은 “새벽에 반드시 배송하는 물품을 한정하던지, 1인당 야간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1년에 명절 한두 번은 쉬겠다는 개선책을 만들어 국민께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홍 대표는 “새벽배송 배송직 근로여건도 상당히 좋게 유지하고 있다. (배송기사가) 원하지 않는 새벽배송은 없고, 다양한 이유로 (새벽배송을) 좋아하는 기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SPC그룹과 DL이앤씨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회장이 나오지 않은 질의는 의미 있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환노위는 지난 12일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와 마창진 DL이앤씨 대표이사를 불러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물었으나, 이들은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환노위는 그룹을 총괄하는 총수를 불러 잇단 중대재해 원인과 대책을 묻기로 결정하고 지난 19일 허영인 SPC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은 23일 환노위에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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