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가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책임 회피 쿠팡 규탄 및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새벽배송 중 사망한 쿠팡 택배노동자 A(60)씨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비대로 알려지면서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의 의견이 나왔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택배노동자 사망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쿠팡 주장 반영해도 주 67.6시간 근무”

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는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책임회피를 멈추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3일 새벽 4시께 경기 군포시의 한 빌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기 군포경찰서의 부검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A씨의 심장이 정상치의 두 배 이상 커져 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A씨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비대라는 소견이다.

노조는 고인의 사인이 과로사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의 의견서도 공개됐다. 임 원장은 “심근경색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도 과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돼 있고,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과로사라 부른다”며 “장시간 노동보다 더 위험한 것이 심야노동인데 고인은 그보다 더 위험한 장시간 심야노동을 했으니 업무로 인한 과로로 사망했다고 추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CLS에 따르면 고인은 산재인정 기준을 훨씬 뛰어넘는 야간노동을 수행했다. CLS는 13일 “고인과 업무위수탁계약을 맺은 A물산에 따르면 고인은 주 평균 55시간을 일했다”고 발표했다가 “주 평균 52시간을 근무했다”고 말을 바꿨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의 야간근무는 실 근무시간의 30%를 가산한다. 고인이 속한 야간조는 통상 밤 9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일한다. 쿠팡의 주장에 따라 고인이 야간근무를 했다면 구체적인 근무시간대에 따라 결과값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산재인정기준에 따른 고인의 근무시간은 52시간에 1.3을 곱한 67.6시간이다. 노동부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한 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강하다고 본다. 따라서 사망 직전 67.6시간을 일한 고인의 경우 업무상 질병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쿠팡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CLS는 이날 “노조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A물산 소속”이라는 입장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택배노동자(퀵플렉서)들은 다른 택배사와 마찬가지로 쿠팡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업무위수탁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여러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법원 판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사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쿠팡의 반복적인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대표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쿠팡에 직접고용돼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친구와 쿠팡 택배노동자(퀵플렉서)의 업무는 같기 때문에 퀵플렉서 역시 본질적으로 임금을 받아서 생활하는 노동자”라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례처럼 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의 주장대로 고인이 개인사업자라고 해도 산업안전보건법 77조에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산재예방 의무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며 “과로를 불러오는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CLS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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