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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전일제에게 지급되는 ‘근속수당’과 ‘맞춤형복지비’를 받지 못한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간제 돌봄노동자와 관련해 차별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종 수당 차별로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노동조건이 악화해 돌봄 질이 낮아지는 현실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근속수당·맞춤형복지비’ 미지급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서울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9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소송이 제기된 지 5년5개월 만의 최종 결론이다.

사건은 서울시 산하 공립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들이 대부분 주 20시간의 ‘시간제’로 일하면서 불거졌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하루 8시간(오전 11시~오후 7시) 일하는 전일제와 달리 통상 하루 4시간(오후 1시~오후 5시)만 근무했다. 서울시는 2004년 방과후 학교를 시작할 때는 전일제로 채용했으나 방과후에만 운영되는데도 전일 근무 채용은 인건비 낭비라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14년부터 시간제 돌봄전담사만 채용했다.

그런데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근속수당과 맞춤형복지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차별을 겪었다. 서울시는 2017년 10월부터 1년 이상 일한 전일제(주 40시간)를 대상으로 월 3만~60만원의 근속수당을 지급했다. 또 근속기간이 1년 이상인 교육공무직에게는 맞춤형복지비로 연 45만원을 지급했으나 주 40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는 배제됐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시간제와 전일제의 매년 급여 차이는 100여만원 가까이 발생했다.

그러자 시간제 돌봄전담사 A씨 등 197명은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근속수당과 맞춤형복지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차별로 인정하며 근속수당 총 4천94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다만 맞춤형복지비 청구는 제척기간이 지났다며 각하했다. 반면 중노위가 맞춤형복지비 미지급도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자 서울시는 2018년 9월 소송을 냈다.

1심 “전일제와 사실상 업무 같아 수당 차별”

쟁점은 △근속수당·맞춤형복지비 미지급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미지급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맞춤형복지비 차별시정신청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 등으로 모아졌다. 서울시는 맞춤형복지비와 관련해 “연도가 지나면 미사용 점수가 소멸해 계속되는 차별이 아니다”며 “복지비 예산 배정으로부터 6개월이 지나 차별시정을 신청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정한 제척기간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1심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시간제 업무 자체가 전일제와 사실상 동일한 점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시간제들도 돌봄교실 1실을 맡아 행정업무를 수행했으며, 채용자격이나 조건, 절차도 동일하다”며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업무 내용이나 권한을 다르게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교별로 돌봄교실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전일제가 시간제보다 업무강도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맞춤형복지비 미지급도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맞춤형복지비 ‘계속되는 차별’ 시정요구 가능”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2017년에 한해 시간제에 지급할 맞춤형복지비는 전일제가 받은 복지비의 절반만 지급하면 된다며 서울시의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차별적 처우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속수당은 장기근속을 보상 또는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 있고 맞춤형복지비는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어 단시간 근로자들에게도 지급될 필요가 있다”며 “시간제 돌봄전담사에게 근속수당과 맞춤형복지비를 지급하지 않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근속수당을 별도 범주로 분리해 불리한 처우로 본 원심 판단도 수긍했다. 특히 맞춤형복지비 차별시정신청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계속되는 차별일 경우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시정을 신청했다면 제척기간을 준수했다는 게 판례 태도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를 배정받지 못해 발생하는 차별은 해당 연도 동안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며 “(전일제에게만 지급한) 복지포인트 배정일에 차별적 처우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간제 돌봄노동자들을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간제 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대법원이 인정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맞춤형복지비를 ‘계속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복지포인트 청구 부분에서도 의미 있는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돌봄전담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아쉬워했다. 정이수 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오래 걸렸는데 맞춤형복지비를 근무시간에 비례해 절반만 지급해도 된다고 판단이 나온 부분은 아쉽다”며 “서울시교육청은 명절휴가비나 가족수당은 전액을 지급하는데 근속수당과 맞춤형복지비는 비례로 지급해 형평성에 어긋난다. 앞으로 전액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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