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돌봄교실 법제화, 모든 전담사 상시전일 전환, 대체인력제도 마련, 독박돌봄 대책 마련, 겸용교실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남윤희 기자>

“방학 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해야 합니다. 그 후 저는 퇴근을 하지만 아이들은 있기 때문에 봉사자로 채워야 합니다. 작년에 저희 학교에서 봉사자 7명을 썼는데, 학부모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와서 아이들을 돌본다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인력은 잘 구해지지 않습니다. 누가 생활임금 받으면서 6시간 근무하려고 할까요.” (유영미, 서울 중평초 시간제 돌봄전담사)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최고 수준의 돌봄’은 가능할까. 정부가 국가의 공적 돌봄 책임을 강화한다며 늘봄학교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돌봄전담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명 중 9명 “최근 1~2년 업무 크게 증가”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미향)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업무 현황 및 근무현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초등 돌봄전담사 2천503명(시간제 1천51명, 전일제 전담사 1천45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9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 절대다수인 90.6%가 “최근 1~2년 동안 돌봄 및 행정업무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돌봄전담사의 업무와 책임 범위는 명확하게 규정된 게 없다. 하지만 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돌봄전담사는 최소 30여개의 업무를 수행한다. 세부 운영계획 작성, 안전 계획안·특기적성 수업 방학 계획 수립, 돌봄교실 문의와 대기자 관리, 신청 서류 접수, 급식업체와 간식업체 선정 절차 일체, 급식비 징수, 프로그램 강사 채용 등이다.

이윤영 돌봄전담사는(제주 한림초) “과연 우리가 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의 업무를 떠맡기고 있다“며 “현장에서 독서, 미술, 악기 활동 등을 하면서 만능이 돼 가고 있는데 행정업무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도 돌봄 활동 준비할 시간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에 4~6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행정업무를 처리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일제의 경우 아동들이 입실하지 않는 오전에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시간제의 경우 아동의 입·퇴실 시간이 출·퇴근 시간과 같기 때문이다. 노조가 8시간 상시 전일제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80.4%가 근무시간을 확대할 경우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에서는 아이 돌보고
집에 가서 무임금 행정업무

부족한 행정업무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을까. 응답자의 약 83%가 아동 돌봄시간에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무를 집에 가져가서 하거나 무임금 초과근로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돌봄전담사 77%는 방학 때 행정업무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간제는 78.9%, 전일제는 75.1%였다. 노조는 “방학이 되면 오전부터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아동들은 오전부터 입실을 한다”며 “아동을 돌보면서 행정업무까지 수행하는 건 어렵고, 교육부가 방학 중에는 종일 돌봄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학기 중 11%, 방학 중에는 29%에 달했다.

돌봄전담사 10명 중 6명은 병가나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돌봄 공백,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부담감, 대체인력 구하기 어려운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윤영 돌봄전담사는 “교육공무직은 인사권이 없음에도 대체인력 채용 과정 일체 업무를 해야 하고, 복귀하면 인건비 지급을 위해 근무일지와 품의를 결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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