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는 이미 우리 사회에 상당한 규모를 쌓았지만 여전히 특수하다는 고정관념에 시달린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들의 일을 조명하고 노동권과 기본권 현황을 비정기적으로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유행처럼 만들어진 지방자치단체의 플랫폼·프리랜서 조례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프리랜서 권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화가 지연되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조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매일노동뉴스>가 국가법령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플랫폼·프리랜서 관련 지자체 조례는 47개다. 2021년 경기도의 조례 제정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필수노동자’가 강조되면서 지난해까지 잇따라 제정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플랫폼 노동자 지원 관련 25개, 프리랜서(특수고용직 포함) 지원 관련 4개다. 이 밖에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운영 관련 조례도 35개 있다.

경기·경남·대전·전남만 플랫폼·프리랜서 각각 제정

광역단체의 경우 12곳에서 16개의 조례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서울시 노무제공자 및 프리랜서 권익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를 2023년 3월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별도의 조례는 없다. 플랫폼·프리랜서 양쪽 모두의 조례를 설치한 것은 경기도·경남도·대전시·전남도 4곳이다. 나머지 31개 조례는 모두 기초지자체가 제정했다. 국내 기초지자체는 2022년 기준 226곳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한 비율은 13.7%에 불과한 셈이다.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주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정의와 권리보호 △실태조사 △종합계획 수립 등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적용 대상이다. 지자체인 만큼 지원의 대상은 지역민으로 정하는데 일부 지자체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주소지와 사업장 소재지가 모두 권역 안에 있어야 지원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동과 장소의 영향이 크지 않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과 괴리된 셈이다.

조례 있지만 “시의회가 만들어서…”

그러나 정작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실효성이 없다. 지자체의 이행 의지가 크지 않은 탓이다. 2021년 조례를 제정한 한 부산시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실태조사나 종합계획 수립은 의무가 아니라서 시행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의회에서 2021년 필수노동자 보호 목소리가 컸을 때 제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표준계약서 체결 같은 내용도 있지만 역시 의무가 아니다. 대전시는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에서 표준계약서 작성을 명시했지만 권고도 아닌 ‘권장’이다. 조항을 보면 “시장은 프리랜서가 계약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업종별 표준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식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표준계약서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었다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어 지자체가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보호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최근 프리랜서 공제사업을 준비하다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프리랜서 공제사업 관련 검토를 했지만 중단했다”고 말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제사업은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동단체 지원이 급감하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와 안산시의 지역 노동·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공제사업 공동체를 구축했거나 만드는 중이고, 아파트 경비나 대리운전, 봉제노동자 등 업종별로 자생적인 공제사업도 만들어지고 있다.

공제사업 손 내민 광주시 예산 부족 무산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2년 전부터 지역에서 프리랜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호부조 성격의 공동체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지난해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먼저 사업을 제안했지만 이후 움직임이 없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프리랜서 같은 노동형태가 증가하고, 이들은 임금노동자와 비교해 수입이 불안정하고 주거도 열악할 뿐 아니라 쉴 권리도 확보되지 못해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상호부조에 기반한 공제사업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플랫폼·프리랜서 조례가 더욱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진 이사장은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부재한 가운데 취약·사각지대를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의 조례 행정이 중요하다”며 “다만 기초지자체의 재정과 인력이 튼튼하지 못하므로 광역단체와 시의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