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의 궤도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르면 2월 중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를 연 뒤 노사정이 의제별로 줄다리기를 시작하리라 전망된다. 4월 총선 이전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대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노정에서 감지된다.

18일 마지막 부대표급 회의
19일 의제개발·조정위원회

16일 노사정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사노위는 18일 부대표급 회의를 열어 사회적 대화에 올려놓을 의제를 추린다. 부대표급 회의는 경사노위 공식 회의체는 아니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큰 틀의 합의를 한 이후 각 주체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비공식 대화 창구다. 고용노동부 차관·경사노위 상임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한국경총 부회장이 모여 사회적 대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 이후 경사노위 정상화 방안을 줄곧 논의해 왔다. 18일 회의가 여덟 번째다. 경사노위 주요 의제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정부가 내놓을 의제를 이미 노·사에 전달했다. 정부가 논의하길 원하는 의제를 받아 든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은 자체 논의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가 노사에 제안한 의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노동부의 그간 발자국을 돌아보면 일·가정 양립, 저출산(저출생),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을 주제어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경총 등의 요구안은 정부의 것을 크게 뛰어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노조 압박은 이런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저항세력의 힘을 약화하는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경사노위 대화에서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가정 양립, 저출산 논의의 하위 범주로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끼워 넣는 방안을 점쳐볼 수 있다. 고령화 문제 논의에서 직무·성과급제를 기반으로 한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제안하리라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재취업 지원’을 고령자 대책으로 제시했다. 오래 일할 여건 조선을 위해 직무·성과급제를 이용하고, 법정정년연장 대신 촉탁직 등 재고용 방식을 독려한다. 일본의 고용연장 제도와 유사한 계속고용은 정년연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총선 앞두고 경사노위 가동
정부·한국노총 모두에 이득?

18일 부대표급 회의는 경사노의 정식 회의체 출범 전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 회의서 주요 의제에 의견접근하면 경사노위는 19일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노사정 실무책임자가 모여 경사노위 쟁점 의제를 조정·점검한다. 조정한 의제는 부대표급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 넘겨 의안으로 정리한다. 대표자들이 모이는 본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을 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쟁점 의제 조정→의안으로 성안→본위원회에서 안건 확정 후 사회적 대화 시작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논의에 속도가 붙기는 어렵다. 노동시간·임금체계·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숱한 의제를 경사노위에서 풀고자 하는 노동부의 마음은 다급하지만, 그 밖의 대화 주체들은 분위기가 다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관계 개선의 여지를 만들어 놓은 점은 정부가 얻은 이득이다. 한국노총 조직표의 일부를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 기치를 거두지 않고 있는 한국노총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노총 출신의 여당 진출 길을 만들고,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에 정부와 소통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야당이 이기면 정부·여당에 맞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총선 이전 경사노위 합의에 나설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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