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함께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노사정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이정식 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정이 신년인사회 자리에 한 데 모인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코로나를 이유로 2021과 2022년에는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한국노총 임원선거가 진행 중이라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정식 장관 “노사정 함께 지혜 모으자”
김동명 위원장 “경사노위, ‘법치 넘어 협치’ 기구로”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해묵은 구조적 문제와 초유의 저출산·고령사회 도래,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변화가 국민의 일자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 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 줬고 노사정 대화가 재개된 만큼 노사 모두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는 데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6월 이른바 광양사태로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가 11월 대화를 재개했다.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의 대표성 인정 요구를 받아들이며, 사회적 대화 참여를 바라는 입장을 내면서다.     
사회적 대화 의제도 설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노동계도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화합’을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늘 상반된 두 가지 메시지를 준비했는데, 우측 주머니에서 화합형으로 꺼내 읽도록 하겠다”며 농담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소멸 위기에 버금가는 저출산의 심화,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의 그늘로 인해 한국 사회의 엔진이 꺼져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숫자 0.7(합계출산율)을 마주하고 있는, 저를 포함한 이 자리의 모든 경제사회 주체들에겐 비상한 각오과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적 모델로 발전해 온 사회적 대화의 틀을 더욱 강화하고, 경사노위를 논의와 협의를 위한 기구에서 ‘법치를 뛰어넘는 협치’에 기반한 공동의 기구로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노조에 대한 강경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손경식 회장 “저성장 극복, 근로시간 유연화해야”
박정 환노위원장 “경영계·정부가 노동계 손 잡아야”

재계는 민감한 주제를 꺼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저성장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노사정이 대화하고 협력해 여러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근로시간은 산업현장의 다양한 상황과 수요를 반영해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노사정은 입장차가 큰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 1호 과제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한다며 사회적 대화 의제로 오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노동계와 정부는 모두 근로시간 문제를 신년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노사정 대화를 거쳐 근로시간 제도 개편 보완방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혀 향후 노사정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산업전환 등을 사회적 대화 의제에 올리는 데 노사정 의견이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세계 역사상 최저의 저출산”이라며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노총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었고, 경제 기적의 주체였으며, 민주화의 중심이었다”며 “앞으로도 한국노총이 대한민국 위기극복의 중심이 돼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정 환노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로) 노동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며 “이제 경영계와 정부가 그 손을 맞잡고 함께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책무 중 하나는 국민의 행복 실현”이라며 “정부는 노동자 역시 소중한 국민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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