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부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갱도에서 지난해 9월 죽탄에 매몰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경환(62) 석탄공사 사장. <대한석탄공사 홈페이지>

‘공기업 첫 중대재해 기소’인 대한석탄공사의 광업소 갱도에서 위험요인이 발견된 지 두 달 만에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4일 불구속기소된 원경환(62) 석탄공사 사장은 최근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험성평가 지적에도 ‘위험성 감소 조치’ 미이행

27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지난해 7월 실시된 위험성평가에서 광산에 유입되는 물을 뽑아내는 ‘출수’로 인한 매몰사고가 위험요인으로 확인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두 달 만인 같은해 9월14일 오전 장성광업소에서 작업하던 생산부장이자 안전관리자인 A(45)씨가 갱도 내 675미터 지점에서 발생한 죽탄(석탄과 물이 섞여 죽처럼 흐르는 탄)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원 사장에게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의무 위반사항은 세 가지다. 검찰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반기 1회 이상 점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장성광업소 작업장은 출수 위험이 높아 특별관리구역으로 선정된 곳이었다. 2021년 1월 수립된 ‘안전관리 개선 계획’은 작업장 ‘본선’에서 ‘분연층’을 개설해 갱내 출수관리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영책임자인 원 사장이 ‘위험성 감소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막장(갱도의 막다른 곳)에서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A씨가 직접 갱도에 들어가다가 채탄작업을 중지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원인으로 검찰은 ‘출수·죽탄 징후 발생 즉각 조치 매뉴얼’이 이행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2021년 1월께부터 사고 발생일까지 원 사장이 작업중지·근로자 대피·위험요인 제거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계 법령 ‘광산안전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단독 적용 주목

특이한 점은 ‘광산안전법’이 적용된 것이다. 채광·채굴·선광 등 사업은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 별표1)이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은 “광업권자는 출수 방지를 위해 굴진 및 채굴의 제한을 해야 하고 안전감독자는 채광 방법 검토로 난굴 여부를 조사해야 하는데도 광산안전법상 의무 이행 여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광산안전법도 포함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중대재해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검찰이 표명한 셈이다.

법조계는 공공기관의 중대재해에 석탄공사가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대표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며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일터라는 점에서 강력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 자문을 담당하는 정인태 사내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독자적으로 성립됐다고 판단돼 기소된 사례”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가 반드시 선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기업도 얼마든지 처벌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 준수가 사업장 안전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공소유지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본지에 “사고 이후 매뉴얼은 이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다만 원 사장의 사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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