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산재 카르텔’ 척결을 외쳐 온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최대 인력을 투입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재보험 제도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50일 만에 내놓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제기해 온 주장이 무색해졌다. 조사가 완료된 부정수급 의혹 사례 178건 중 노동부가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한 사례는 65.7%(117건)이다. 조사가 진행 중인 142건이 모두 부정수급 사례로 인정된다고 해도 특정감사로 밝혀진 부정수급 사례는 259건이다. 지난해 산재승인건(13만5천983건)의 0.19% 수준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산재보험의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보상 수준 높으니 부정수급 가능성” 넘겨짚기

이정식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이 경영적자 개선을 위해 공단·산재병원·산재환자 간 ‘산재 카르텔’을 만들어 산재 부정수급자가 증가했다고 지적하자 지난달 1일 공단을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나섰다. 2주일 만에 감사인원을 최대 규모로 확대하고, 감사 범위를 ‘산재승인 및 요양 업무 전반의 제도·운영상 적정성’으로 넓혔다.

이 장관은 “이번 감사를 통해 부정수급을 포함한 산재보상 관련 부조리를 발본색원하고, 산재보험 제도를 혁신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재보험 제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특정감사 결과 확인된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 ‘매우 높은’ 장기요양환자 비율 등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6개월 이상 요양환자가 전체의 47.6%, 1년 이상 요양환자가 전체의 29.5%를 차지한다며 그 이유로 “병원이 합리적 기준 없이 진료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승인권자인 근로복지공단이 관리를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 근거로 99%가 넘는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율을 들었다.

이정식 장관은 “이와 관련해 산재카르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하고 있다”며 “근골격계 등 일부 질병에 대한 추정의 원칙 적용에 있어 조사절차 생략 등 외부 문제 제기 사항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수급 가능성을 넘겨짚기도 했다. 이 장관은 “업무상 질병은 산재로 승인받기 어렵지만 승인을 받으면 경제적 보상이 상당해 부정수급 유발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며 “산재보상과 관련된 재해자·병원·공단 간의 도덕적 해이 유발요인 등에 대해서 집중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보장성이 높아 도덕적해이가 발생하니, 하한액을 줄여야 한다는 당정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재계 소원 수리하려 산재노동자 모욕”

노동계와 전문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는 “정부는 부정수급 사례를 제도개혁의 근거로 삼고 있는데, 2022년 산재승인 건수와 부정수급 건을 비교하면 1%도 안 된다”며 “산재보험의 전면적인 구조 개편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한 수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진료계획서 승인율이 99%가 넘는 것에 대해 유 노무사는 “재해자의 요양기간은 주치의가 쓴 진료계획서를 공단이 심사 후 연장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1차 예선관문을 다 통과한 것”이라며 “의사가 진료계획서를 허위 작성했다든가, 재해자나 의사가 근로복지공단에 뇌물을 줘 한 달이면 치료할 것을 1년간 치료했다든가 같은 사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이번에 공개한 부정수급 사례는 새롭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년 있거나 적발됐던 문제”라며 “추정의 원칙 적용에 따른 조사절차 생략 등 외부의 문제제기를 검토하기 위한 제도 개선 TF 구성은 결국 산재보험 공정성을 저해하고 일방 당사자의 의견에 치우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산재보험 개악을 요구하는 경영계 소원 수리를 위한 특정감사로 산재노동자를 모욕하는 노동부를 규탄한다”며 “일부 극단적인 사례로 산재노동자 전체를 모욕하고, 산재보상과 진단과 치료 업무를 하는 노동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