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에 관한 부조리를 없애겠다며 올해 1월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구성,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는데 TF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깜깜이 운영’이란 비판이 인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과 산재병원·산재 환자 간 ‘산재 카르텔’이 지적되자 산재보상·보험 제도에 관한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TF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내용은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소음성 난청 기준,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의 높은 비율(47.6%) 등이다. 노동계는 산재보상 제도 개편안이 산재보험 제도의 문턱을 높이고, 보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흐를까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 “위원 개별 동의 얻어야”

2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재보상 제도개선 TF 위원을 묻는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TF 위원의 개별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명단이 공개되면 TF에서 자유로운 논의가 힘들어질 수 있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중”이라며 “당장은 공개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TF 전체회의가 지난 1월30일 처음 열린 뒤 1·2분과위원회 회의가 각각 두 번씩 열렸다. 1분과는 소음성난청과 추정의 원칙 등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합리화, 산재 인정 처리기간 장기화 문제를 논의한다. 2분과는 장기요양 유인 방지나 보상 합리화, 재활 사회복귀 유인 강화를 다룬다.

노동부는 TF 구성원에 대해 직업환경의학과·예방의학과·이비인후과·재활의학과 의사와 법학·사회복지학 전문가 등 10명 내외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외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다.

복수의 취재원을 종합하면 노동계보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논의기구 출범과 동시에 구성원 공개

정부가 특정 제도나 정책 개선을 위해 전문가 중심의 논의 기구를 꾸릴 때 진행상황을 전면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TF 구성원을 숨기는 경우는 드물다.

노동부는 2022년 7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하면서 전문가 12명의 현 소속과 주요 경력 사항을 공개했다. 노동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듬해 2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구성한 상생임금위원회도 참여 위원 12명을 모두 공개했다. 같은해 꾸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산업안전보건 법령정비추진반의 구성원도 출범과 동시에 공개됐다.

산재보상 제도 개선 TF의 논의 주제가 앞서 기구들 논의 내용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산재보험 제도 전반에 관한 것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노동자 2천2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산재보험 제도는 당사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데 TF 위원으로 위촉된 전문가들은 노사정이 추천한 것도 아니고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위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답정너 TF 될 것”

노동계에서는 깜깜이로 운영되는 산재보상 제도 개선 TF가 ‘답정너’식으로 운영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와 사용자들의 주장에 우호적인 전문가들로만 선별해 산재보험 제도를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현재도 노동자는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고 산재보험의 제도적 한계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동계 입장에서는 개악이기 때문에 논의를 비공개하는 것이라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산재보험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라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구성원이 공개를 꺼려한다고 해서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 것도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경규 의원은 “노동부가 ‘나이롱 산재 환자’ 운운하며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를 진행했지만 ‘산재 카르텔’ 주장에 대한 실체를 입증하지도 못했다”며 “경영계에서 주장한 산재보험 제도 개악 추진을 발표했고 TF에서는 노동계가 제외됐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뻔한 ‘답정너 TF’”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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