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국회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의 연내 통과 열쇠는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조건을 내걸고 적용유예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법 적용을 준비하지 않은 정부의 사과, 2년 뒤에는 유예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경제단체 약속, 2년간 구체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가져오라는 게 민주당 조건이다.

거대 여야의 정책위의장과 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에서 물밑협상이 한창이다. 이들은 19일 의견이 얼마나 좁혀졌는지 발표한다. <매일노동뉴스>가 18일 물밑 설득전을 살펴봤다. 민주당이 법 적용유예를 논의할 명분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득력 없다고 지적받은 대책
수정 없이 민주당 또 찾아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실을 찾았다.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노동부의 민주당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방문 이후 세 번째다.

문제는 노동부가 가져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과 12월5일 노동부가 가져온 계획이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발전된 안을 들고 와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노동부는 15일에도 같은 자료를 제출했다. 실효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민주당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민주당의 태도 변화만 요구하는 셈이다.

노동부가 민주당에 건넨 문건을 살펴보면, 노동부는 기업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안전보건관리 인력 양성과 활용 지원 방안을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관리 인력 채용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내용이다. 혜택받는 대상을 전체 중소기업의 0.06%만 해당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에 제공하던 컨설팅과 교육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효과 없는 기존 사업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 계획’에는 “곧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본지 2023년12월7일자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공수표 들고 민주당 설득한 노동부, 퇴짜 놓은 민주당” 기사 참조>

민주당 관계자는 “저번과 같은 자료를 새로운 내용도 또 들고 왔다”며 “정부가 법 적용유예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천~6천만원이면
50명 미만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가능”

학자·전문가 모임인 노동건강정책포럼(대표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노동부 방문 다음날인 16일 오후에 박주민 의원실을 찾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포럼은 산재 예방과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 발전을 주장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결성한 단체다.

포럼측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안전보건관리를 시행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실제 안전보건 확보는 생각보다 적은 비용과 기간으로 가능하며 중대재해 감축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노총의 사업장 안전보건 진단 및 위험성평가 컨설팅 인증 사업을 보면 3년간 소요된 예산은 평균 3천100만원으로 규모가 적을수록 투입비용도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소요된 기간도 3개월 이내 충분히 가능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명 미만 사업장 75곳을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이 즉시 가능하다는 응답이 1.3%, 3개월 이하 걸린다는 답이 24%, 3~6개월에 18.7%, 6개월~1년에 24%, 1년 이상에 32%가 응답했다. 컨설팅 지적사항 이행에 평균 6천만원이 소요됐다. 이 정도의 시간과 비용으로 2021년 기준 산재의 72.7%(50명 미만 사업장 발생 비중)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