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일부 업종·직종에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업종·직종은 주 52시간이 넘는 노동을 허용해도 괜찮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안전보건 전문가와 해당 업종 노동자들이 정부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편집자>

▲ 김승환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사무국장
▲ 김승환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 사무국장

최근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시 주 상한 근로시간을 물었다. 그 설문 문항의 보기 중 가장 적은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으로 표기돼 있었다. 응답자는 가장 적은 노동시간을 표기하고 싶어도 주 60시간에 표시해야 했다. 이렇게 나온 설문조사 결과로 전체 응답자의 70%가 주 60시간을 선호한다고 발표한다. 노동부인지, 자본가 대변부인지 헷갈리는 설문을 한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서 업종별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우리 건설업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참에 건설현장과 노동시간에 대해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먼저 건설현장의 노동시간은 누가 규정하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노동시간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하지만, 이미 하루 8시간에 1시간 연장근로가 기본으로 돼 있다. 즉 하루 9시간 기준(예전에는 10시간)으로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다. 이런 형태가 ‘일당제’라는 이름으로 확립돼 있다.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것이 일당제의 개념이다. 이것을 현장 용어로 “한 공수”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연장·야간노동이 추가되면 최대 1.5공수니 2공수니 하게 되는데, 정해진 공사기간 내에 무조건 마쳐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들쑥날쑥하게 된다.

플랜트 건설현장은 셧다운 공사를 들어가면 하루 24시간 노동도 한다. 짧게 정해진 대정비 기간 동안 정해진 정비를 마쳐야 하니, 1주일에 1~2회씩 24시간 노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4공수를 준다. 지금도 사용자인 건설자본의 요구에 맞추어서 이렇게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고, 이것을 맞추지 못하거나 거부하게 되면 바로 현장에서 쫓겨나거나 해고당하는 것이 다반사로 발생하는 것이 건설현장이다. 건설현장의 노동시간은 발주처와 발주처로부터 1차 도급을 받은 원청사의 공사공정표에 의해서 정해지게 된다.

건설업에서 노동시간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도급제라고 봐야 한다. 건설업은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게 주는 1차 도급만 합법도급으로 인정하고 있다. 만일 하도급사에서 다시 재하도급을 주거나, 재재하도급을 주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하지만 최대한 공사를 빨리 마치고자 현장에서는 불법적인 재하도급과 재재하도급이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작업물량’ 단위로 하도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도급받아서 일하는 팀들은 그야말로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다고 봐도 된다. 적은 사람이 빨리 일할수록 이윤이 커지기 때문에, 10명이 10일 동안 해야 할 일을 5명이 5일 안에 작업을 완수하게 하는 마약 같은 노동을 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노동, 도급노동이다. 노동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현장용어로 “야리끼리”라고 해 무조건 당일 정해진 물량을 마무리하도록 경쟁적으로 일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새벽 3시께에는 덤프노동자들이, 새벽 5시께에 조출노동자들이 나오게 된다. 벽돌공과 타일공 같은 장떼기 노동자들은 벽돌 한 장당, 타일 한 장당 얼마씩 받기로 한 노동자들이다. 이 경우도 한 장이라도 더 하기 위해 초과노동을 하게 된다.

건설현장에서 그나마 형식적으로라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제가 있었는데도 상황이 이렇다. 그나마 초과노동은 임금으로라도 보전받을 수 있었는데, ‘유연하게’ 6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게 한다면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런 고강도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은 건설노동자의 근골격계를 질환을 높이고, 산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런 노동을 거부하면 부당한 해고도 현장에서 다시 발생할 것이다. 과거의 건설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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