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양경수(왼쪽) 위원장 후보와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정기훈 기자>
기호 1번 양경수(왼쪽) 위원장 후보와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와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맞붙었다. 마지막 정책토론회임을 의식한 듯 1차 토론회보다 날이 서 있었다. 두 후보는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초청 후보합동 토론회에서 전 집행부의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 평가와 내년 총선 대응방법 등을 두고 격돌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101만명이다. 투표일은 다음달 21일부터 27일까지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부터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지난 3년간 사업은 있었으나 투쟁은 없었고 집회는 있었으나 어느 정권과 자본에도 위력적이지 않았고, 산별은 싸웠지만 민주노총은 없었다”며 “양 후보는 노조 회계공시 결정도 조합원을 위했다며 장황한 이유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투항이라는 게 현장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양 후보는 싸움을 회피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양 후보는 “코로나19로 봉쇄된 광장을 열기 위해 노력했고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이 구속되는 와중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며 “누구나 투쟁을 말하지만 승리하려면 지도부의 선언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전략과 책임 있는 지도부를 갖춰 국민 지지 받는 민주노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3년간 양경수 집행부 사회적 영향력 부재”
양경수 “퇴진 투쟁 시민 지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평가 아냐”

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기호 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정기훈 기자>

토론회는 후보 간 질문과 답변, 재질문과 재답변을 3회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첫 질문부터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민주노총이 자랑스러움과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양 후보가 주장했는데 지난 3년간 사회적 영향력이 실제 그러했느냐”며 “되레 사면초가 민주노총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당시 위원장으로서 조합원이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는 배경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양 후보는 단편적 평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3년에 대한 조합원 평가를 단편적으로 할 수 없고, 자랑스러운 대목과 부족한 점을 공히 느꼈을 것”이라며 “부족했다고 평가하는 것과 회피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지난 3년간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헌신했지만 모든 집행부가 3년 내 완결성을 갖기 쉽지 않고, 향후 윤석열 정권과 싸우고 사회를 바꾸고 민주노총을 혁신하기 위해 3년 경험 바탕으로 더 큰 한 걸음을 내딛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많은 조합원이 3년간 가장 기억나는 투쟁으로 (정치·총선방침 관련) 대의원대회를 (자조적으로) 꼽는다”며 “임기 중 시민의 박수를 받는 투쟁이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양 후보는 “윤석열 퇴진 투쟁에 시민의 지지가 형성되고 있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는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는데 지난 3년간의 투쟁을 평가 한 줄로 갈음하면서 한 게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발전적 평가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양경수 “반대를 위한 반대, 기성 정당과 똑같다”
이영주 “싸우는 산별, 무능한 총연맹 비판”

양 후보는 이 후보를 비롯한 기호 2번 선본이 지나치게 네거티브 선거를 한다고 지적했다. 양 후보는 “기호 2번은 3년간 집회만 했다고 비판하고, 정치·총선방침을 패권이라 말하고, 집회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우리 공약도 외주화라고 비판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면서 선거를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반사이익을 얻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기성 정당의 정쟁 같은 모습이 민주노총 선거운동으로 적절한가”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 이 후보는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관점이 문제다. 선거는 투쟁”이람 “민주노총이 어떻게 앞으로 전망을 세울지 논쟁하고 토론하는 자리인데 잘못이 없다고 하는 관점부터 패권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노동자의 투쟁 당시 민주노총이 정세를 정확히 판단했다면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 투쟁을 조직해 화물노동자 투쟁에 연계하고 이어 서비스연맹과 택배노조 같은 조직투쟁을 조직해 화물노동자의 투쟁을 확대하고 총전선을 만들어야 했다”며 “지난 3년간 민주노총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치열한 산별투쟁에도 그 투쟁을 확대하지도, 전선을 만들지도, 대정부 투쟁으로 전진시키지도 못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무엇을 잘못했느냐 반문하는 것이 바로 한계”라고 반박했다.

양경수 “총선 코앞인데 체제전환 논의는 현실 외면”
이영주 “양경수표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 지나치게 협소”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정기훈 기자>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정기훈 기자>

이어 양 후보는 기호 2번 선본의 정치·총선방침을 도마 위에 올렸다. 내년 총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체제전환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올해 합의한 총선방침을 민주노총 대대에서 결정했다고 성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총선방침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총선에 앞서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함께 의제별 공동투쟁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면서 합의와 공감대를 쌓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 후보는 장기적 전망을 만드는 체제전환 논의는 현실 외면이라고 비판했다. 여전히 내년 총선대응 방침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총선보다 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3년 로드맵을 통해 민주노총의 내부 혁신과 투쟁을 위한 공약을 제출했다”며 “총선에 앞서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으로 정권에 제동을 걸고 총선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양 후보 위원장 시절 추진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가 친민주당계에 기울어 있어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와 인권단체 등이 결합하지 않고 별도 논의를 진행하는 등 분화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배제하는 방식은 안 된다”며 “지나치게 민주당에 경도된 그룹은 선을 긋고 있지만 이곳저곳을 배제하면 퇴진투쟁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 이후 사회원로가 구성하는 시국회의 비상행동 등과 공동집회를 하고 퇴진 이후 사회를 위한 토론회도 배치하면서 (퇴진 요구를) 모아내기 위한 민주노총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민주노총의 노동중심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실천하고 확대하면서 제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노동의제만으로는 투쟁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노동개악에 대한 완강한 저지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노동개악 의제에 몰입한다고 운동의 폭이 넓어지지 않는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처럼 사회 전반의 투쟁도 중요하고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진보연합정당 일부 참여에도 개문발차할 건가”
양경수 “민주노총 총선방침이 허용 안 해, 괜한 의심 단결 저해”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세 번째 질문에서 이 후보는 역으로 양 후보조의 총선대응을 꼬집었다. 양 후보가 제시한 노동중심 진보연합정당에 진보정당 일부가 참여하지 않으면 개문발차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진보당을 비롯한 일부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이어진다는 의도를 가진 질문이다. 양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총선방침상 진보정당 어느 한 곳이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출범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문발차에 대한 의심을 하는 것은 모두가 단결해 모일 수 있는 방식인지 되돌아보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후보는 “배타적 지지를 하지 않으면 연합정당 의미가 없고, 배타적 지지를 하자고 하면 패권이란 반대 의견이 있는 것에 대한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며 “현장 조합원의 우려는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단결이 우선이라며 조합원을 겁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다름을 인정하고 단결을 만들자는 주장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뭐냐”고 재차 질문했다.

양 후보는 “진보 4당 전체 참여가 아니면 진보연합정당 출범이 불가능한 대대 결정 가운데 어느 정파가 패권을 부린다는 의심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사실상 크지 않다. 민주노총의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해 다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다름을 부각하고 함께하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미루기엔 민중의 고통이 크다. 그런 역할을 방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청년 조합원 집회·문화 개선 요구 외면 말라”
이영주 “보수언론식 불필요한 세대갈등 조장 말라”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상호 질의 마지막 차례로 양 후보는 이 후보에게 “청년 조합원들이 집회를 비롯한 민주노총의 문화와 질서를 바꿔야 한다고 하는 목소리를 지엽적 문제로 평가하고 공약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민주노총의 실사업 계획과 총전선 계획은 다르다. 도리어 기호 1번 후보가 낸 공약은 선전실이나 교육실 사업이지 총연맹 사업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장소와 사안에 따라 유연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시신을 지키는 투쟁에서 부드러운 문화공연이 가능한가. 결국 민주노총의 사업을 얼마나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는 것을 가늠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 후보는 이 후보쪽이 현장 조합원의 열의를 외면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양 후보는 “이 후보와 같은 방식의 답변이 현장과 민주노총을 멀어지게 한 것”이라며 “투쟁 방식 변화에 대한 요구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외면하는 것은 거리감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집회와 투쟁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며 “청년과의 소통만 강조하기보다 노조가 청년 당사자를 위해 투쟁하고 실제 관련 사업을 전면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청년 임금인상이나 복지제도 강화를 부수적인 게 아니라 핵심사업으로 가져가야 한다. 청년의 성향을 보수언론처럼 특정해 조장된 세대갈등을 조합 내부로 가져오지 말고 계급적 관점으로 연령을 뛰어넘어 어떻게 단결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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