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호 1번 양경수·이태환·고미경 후보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 동반출마)와 기호 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후보조가 격돌하는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이번 선거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 전 집행부 한솥밥, 각각 출마한 동갑내기 위원장 후보=이번 선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양 후보와 박 후보는 각각 지난 집행부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출마했다. 1976년생 동갑으로 전 집행부 임원과 중앙집행위원회 성원 중에서도 젊은 축에 꼈다. 정파도 다르고 업무 성향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언론초청 후보합동토론회에서 둘의 성격에 대한 질문에 양 위원장은 “박 후보는 추진력이 있고 저는 신중한 편”이라고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민주노총 ‘비주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양 후보는 3년 전 임원선거에서 ‘첫 비정규직 위원장’을 강조했다. 다만 올해는 사실상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마한 만큼 비주류 감성은 희석됐다. 도리어 정파 패권주의라는 지적이 선거운동 내내 따라다녔다. 박 후보는 지역의 이주노동자 운동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한 후보다. 당선하면 민주노총 첫 여성위원장 타이틀이 붙는다. 토론회에서 스스로도 50대 남성이라는 민주노총의 조합원 주류 정체성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 내년 총선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내년 총선이 민주노총의 당면한 과제다. 선거운동 기간 총선방침 논의가 치열했다. 현재 민주노총 총선방침은 전 집행부가 초기 제안한 플랫폼정당 방식의 진보연합정당론을 폐기하고 현상유지를 택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진보정당을 추진하되 시점은 지방선거로 정했고 총선에서는 후보단일화부터 정책협약까지 종래의 연대를 지속하는 게 뼈대다.

기호 1번은 진보연합정당과 유사한 노동중심 진보연합정당을 다시 제안한다. 기호 2번은 총선에 앞서 의제별·영역별 저항을 구축해 정권과 맞서면서 ‘반윤석열’ 전선을 강화하고 이를 총선에 유입시키는 경로를 짰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면 기호 1번 공약은 지난 1년 내내 뒤따랐던 패권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약이다. 기호 2번 공약은 높아진 ‘반윤석열’ 정서를 만들어도 그 표심이 진보정당으로 향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 전 집행부 평가, 엇갈린 지적= 전 집행부 임원이 두 명이나 출마하면서 전 집행부에 대한 평가는 불가피한 주제다. 기호 2번은 주로 민주노총 운영 전반과 특히 총선방침 수립 과정에서 불거진 패권주의 비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행부가 추진했던 진보연합정당은 진보당 외 진보 3당의 참여가 불투명했기 때문에 사실상 진보당만을 위한 윤색이 아니냐는 것으로, 이를 지속해 추진을 시도했던 집행부가 패권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호 1번은 논의 과정에서 다수결에 의한 표결을 강제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현상유지에 가까운 총선방침을 정한 것은 패권이 아니라 숙의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결국 “집행권력이 원하는 답안지를 위해 불필요한 논쟁을 강제”했는지 혹은 “절실한 주제를 다수결에 의존하지 않고 토론”했는지에 대한 정파 간 시각차다.

또 다른 평가 쟁점은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부터 가시화된 윤석열 정권의 직접적인 노조 때리기 대응이다. 양 후보는 본지 인터뷰에서 화물연대 파업부터 건설노조에 이르는 노조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어냈다고 자평한다. 각각의 현장투쟁을 현장대응에 국한하지 않고 근본적인 법·제도 개혁으로 수렴하면서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까지 이끄는 ‘과정’을 중시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와 달리 기호 2번은 보다 강고한 투쟁전선이 필요했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2차 언론초청 합동토론회에서 화물노동자 투쟁 시점부터 정세를 정확히 파악해 민주노총이 보다 전 조직적 대정부투쟁을 조직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선을 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막바지 제기된 노조회계 공시 결정 반대 쟁점= 선거운동 막바지에 노조회계 공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조직되면서 새 쟁점으로 부각됐다. 민주노총이 당초 강고하게 노조회계 공시를 반대하다가 돌연 공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사실상 양 후보의 위원장 시절 마지막 의사결정인 노조회계 공시에 대해 기호 1번은 부도덕한 노조회계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고, 복수노조 제도 아래 한국노총과의 조직률 경합 중인 사업장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쟁점화한 기호 2번은 노조탄압 효시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선거운동 돌입을 코앞에 두고 내린 결정이 선거 막바지에 들어 쟁점화해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민주노총의 ‘여당’이라 할 수 있는 전국회의에 반대하는 정파들의 결집에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대로 세액공제 혜택이 큰 노동자에게는 기호 1번 지지의 동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하더라도 윤석열 정권과의 치열한 대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직접선거를 실시한다. 만약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28일부터 30일 사이 결선투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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