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학교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학교 영양사 10명 중 8명은 환기가 안 되는 작업환경 등으로 각종 직업병 위험에 시달리지만 산재 신청 경험은 단 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보험의 복잡한 절차와 낮은 산재 인정률, 관리자 눈치보기가 이런 원인으로 꼽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미향)는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함께했다.

노조는 지난 9월21일부터 27일까지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영양사 1천44명을 대상으로 근무여건 실태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영양사는 높은 확률로 산재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어지러움·난청·이명·구토 등 작업환경 관련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82.4%에 달해 급식실 환기시설과 환경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육·인대파열·골절’ 등 경험은 33.5%, ‘화상’ 경험은 10.6%로 나타났다. 반면 ‘산재를 신청해 봤다’라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이유는 ‘판정을 못 받을 것 같아서(26.8%)’ ‘절차를 모르거나 번거로워서(10.9%)’ ‘관리자의 문책과 불이익이 우려돼서(8.3%)’ 등이 꼽혔다.

영양사 2명 중 1명은 학교 관리자 혹은 학부모에게 폭언과 모욕 등 악성민원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49%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상사, 교육청 직원으로부터 폭언·모욕·협박·갑질 등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학교에서 영양사·영양교사에게 산업안전 관리감독의 역할이 전가되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급식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관리감독자의 역할을 영양사나 영양교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사업주인 교육감과 관리감독자인 교장이 맡아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까지 영양사나 영양교사가 떠안게 되는 경우가 잦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그러한 업무 부담이 확인됐다. 업무수행 중 가장 큰 고충(중복응답)으로 ‘식중독 등 문제 발생시 책임 부담’에 이어 ‘산업안전 관리감독 등 부당 업무’를 꼽았다.

전현옥 노조 전남지부 영양사분과장은 “영양사는 위생과 영양을 다루는 전문가이지 산업안전업무 전문가가 아니다”며 “그런데 교육청별로 위험성평가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관한 서류를 영양사에게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증언했다.

정해경 노조 강원지부 영양사분과장은 “학교 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라 영양사들의 산재사고 위험과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