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적자 해결방안으로 그룹사인 한전KDN㈜·한국전력기술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안을 내놓는다. 정부의 전기요금 통제가 한전 재무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 극복을 핑계로 우회해 전력 민영화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8일 그룹사 중 한전KDN과 한국전력기술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다. 아울러 2천명 인력감축과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정리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익성 대신 주주 이익 극대화?

한전은 한전KDN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한전KDN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지분 20%를 공개 매각한다는 게 한전 계획이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한전 지분이 67.8%다. 이 중 51%까지만 남기고 나머지를 매각한다.

한전KDN은 ICT 기술을 활용해 전력시스템을 통합·운영하고 있다. 한전KDN과 같이 ICT기술을 보유한 SK C&C, LG CNS, KT IDC 등 민간사의 경우 모회사가 지분을 통제하고 있다. 데이터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전KDN이 한전과 산하 5개 발전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의 전력시스템을 모두 관리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분이 민간에 매각될 경우 ‘대한민국 전력망 지도가 노출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발전소 설계·기술지원을 하는 한국전력기술은 민영화 코앞까지 왔다. 1980년대 한전 그룹사로 편입된 이후 한국전력기술의 한전 지분은 조금씩 매각돼 왔다. 80~90%였던 한전 지분은 이번 자구책으로 51%까지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국가산업인 발전소 설계·기술지원을 민간에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 이사회가 자회사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승인하면 최소 2~3년 안에 전력 민영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

송재도 전남대 교수(경영학)는 “주식회사는 주주 가치 극대화가 목적”이라며 “아무리 경영권을 유지해도 기타 주주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고 공익성만으로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빚내서 빚 갚는 것도 한계

지속가능하지 않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32조7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한전 총괄원가 회수율은 64.2%다. 전기를 1천원에 사서 640원에 팔았다는 뜻이다. 발전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정부는 전기요금을 규제했고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떠안았다.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한전은 부도 위기에 처한다. 지금과 같은 적자 상황에서 더는 끌어올 돈도 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한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충당해 왔다. 그러나 적자 누적에 따라 지난해 말 20조9천억원이었던 기준 적립금이 올해 6월 말에는 14조8천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사채 발행 한도는 74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말 사채 발행 한도는 104조5천억원이었다. 한전채 발행한계 상황에 도달하면 한전의 신뢰도 떨어져 은행차입이나 CP 발행 등 조달 다변화도 힘들어진다.

당정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시기 총선을 앞두고 가정용 및 소상공인용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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