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지분 매각이 되레 한전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한전과 한전KDN의 재무제표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한전KDN 지분 매각’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자구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한전KDN은 높은 배당금으로 한전의 영업손실을 메워 주는 ‘캐시카우’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인건비는 하락한 상황에서 구조조정 역시 전력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2일 오전 전력연맹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참여연대·녹색연합·에너지정의행동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력산업 공공성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전·한전KDN 재무구조를 살폈다.

밑지는 장사로 적자 본 한전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한전 경영은 확실히 빨간불이다. 부채비율이 올해 3분기 기준 563%다. 빚이 재산보다 6배 가까이 많다는 뜻이다. 200% 안팎이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459%로 급증한 뒤 올 초 500%를 돌파했다. 자산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부채 증가율이 자산 증가율을 웃돌아 자본(순자산)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자본은 2019년 68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42조원으로 26조9천억원(39%) 줄었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늘었다. 2019년 18.8%에서 지난해 23.1%로 증가했다. 반면 갚을 능력은 점점 떨어졌다. 유동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80.4%에서 66.8%로 하락했다.

이에 당기순이익이 매년 누적된 이익잉여금은 줄고 있다. 전체 자본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2019년 71.4%에서 지난해 51%로 크게 감소했다.

한전 경영 악화의 원인은 밑지는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전기 판매 수익(매출액)은 2019년 59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71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50조~60조원 수준이던 매출원가는 지난해 100조9천억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지난해 32조6천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전기요금이 올라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국회에 보고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최소 킬로와트시(kWh)당 51.6원 이상 올려야 한전 경영이 정상화된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 걸쳐 kWh당 21.1원을 인상하는 데 그쳤다. 지난 8월 산업용 요금 인상은 kWh당 약 5.2~5.3원가량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 곳간 채워 온 한전KDN인데
“엉뚱한 자구책 대신 전기요금 인상해야”

정부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한전의 ‘방만 경영’에 책임을 돌렸다. 정부·여당의 압박 속에 한전은 5월과 이달 8일 두 차례 자구책을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한전KDN 지분 매각이다. 한전은 한전KDN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데, 한전KDN을 상장해 지분 20%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한전KDN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한전KDN은 한전의 손실을 메워 주는 우량자산 중 하나다. 한전은 관계기업·공동기업·종속기업 관련이익이 2019년 2천141억원에서 지난해 1조3천10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전이 42개 자회사, 454개 출자회사를 통해 이익을 낸 것이다.

특히 한전KDN은 우량기업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29.3%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매년 400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9~2022년 평균 220억원의 배당금을 한전에 지급했고, 지난해 배당금은 370억원에 달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한전KDN의 지속적 이익으로 한전의 이익잉여금 비율은 지난해 85%를 초과하고 자본금 비율은 11%로 줄었다”며 “캐시카우인 자회사 매각은 지속적인 배당수입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안 역시 엉뚱한 해결책이다. 한전의 매출액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종업원수가 2019년 2만2천명에서 지난해 2만3천명으로 제자리 수준으로, 1인당 매출액은 2020년 2천565만원에서 지난해 3천33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1인당 인건비는 같은 기간 4천115만원에서 3천834만원으로 줄었다. 판매관리비가 정체된 이유로 지목된다. 인건비 부담 같은 구조조정 요인을 찾을 수 없다.

추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전 경영상태가 급격히 안정화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장치산업인 전력산업에서 일정 부채와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0조원인 부채를 50조원만 감축해 부채비율을 감내할 수준인 179%로 하락시켜야 한다”며 “이는 올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한 상황에서 추가 전기요금 인상 정도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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