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민주노총 경남지부> 
자료사진 <민주노총 경남지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소’이자, 첫 직업성 질병 중대재해 사건인 두성산업 대표에게 1심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 납품업체인 유성케미칼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법원 “독성물질 함유 인지” 의무위반 모두 인정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3일 오전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천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영수 대흥알앤티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천 대표와 송 대표에게 사회봉사 320시간과 200시간을 각각 명령했다. 두성산업 법인과 대흥알앤티 법인에는 각각 벌금 2천만원과 벌금 1천만원을 부과했다.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척제 납품업체’ 윤승지 유성케미칼 대표는 유일하게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유성케미칼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윤 대표)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보석을 취소한다. 보석을 취소했으므로 변명의 기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집단 독성중독에 걸렸던 대흥알앤티 피해 노동자들이 3일 오전 창원지법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등의 선고공판 직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준표 기자>
▲ 집단 독성중독에 걸렸던 대흥알앤티 피해 노동자들이 3일 오전 창원지법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등의 선고공판 직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준표 기자>

두성산업·대흥알앤티·유성케미칼 대표는 법정에 출석해 두 손을 모으고 서서 선고를 들었다. 재판부는 먼저 두성산업·대흥알앤티 대표가 세척제에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사실을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성케미칼 대표가 트리클로로메탄이 10% 이상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과 사고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두성산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이 10% 이상 함유돼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더라도 트리클로로메탄 함유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미설치가 사고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대흥알앤티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상(화학사고)으로 인한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부분은 무죄를 주문했다.

“두성산업,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위반”

이어 재판부는 양형이유를 밝혔다. 유성케미칼 대표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피해자들에게 형사공탁을 했으며,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간 수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해자들은 유성케미칼이 제조한 세척제에 다량 함유됐던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급성 간염이라는 상해를 입게 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에 심각하고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람”이라며 “그 죄책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의 창원지법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의 창원지법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재판부는 두성산업 대표에게는 “피고인은 사건 발생 이전부터 관리대상 유해물질을 취급함에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보건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의무 위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공소 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 대흥알앤티 대표 또한 마찬가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두성산업측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

두성산업 대표는 지난해 2월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에게 급성중독 피해를 입힌 혐의로 같은해 6월 기소됐다. 반면 대흥알앤티 대표는 같은 ‘집단 독성간염’이지만 국소배기장치 등을 설치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했다. 대흥알앤티 노동자 13명은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급성 독성간염에 걸렸다. 세척제 제조업체인 유성케미칼의 대표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를 두 업체에 납품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13일 두성산업 대표와 대흥알앤티 대표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법인에는 각각 벌금 2천만원이 구형됐다. 유성케미칼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을,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재판부는 두성산업측이 지난해 10월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각했다. 두성산업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대흥알앤티 피해자 “중대재해처벌법 미적용돼 낮은 형량”

피해자측은 법원이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독성물질 함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피해자가 나왔는데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대흥알앤티 피해자들을 지원한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는 “피해자들과 합의, 건강 회복 등이 있어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럼에도 안전보건조치를 했다는 피고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성케미칼 대표가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사람임에도 위험성에 전혀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은 사회적으로 경종이 울려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대흥알앤티 피해자들을 지원한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가 3일 오전 두성산업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선고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대흥알앤티 피해자들을 지원한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가 3일 오전 두성산업 등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선고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대흥알앤티 피해 노동자들은 형량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유길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아무래도 형량 자체가 낮았다”며 “지금 환경이 개선된 것도 사고 이후에 변화일 뿐, 이전에는 아무런 개선 조치가 없었다. 언제든 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집행유예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대흥알앤티 대표는 “형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항소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황급히 법원을 떠났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