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1호 사고’ 기업인 삼표그룹 사업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삼표그룹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검찰이 올해 3월31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기소한 뒤 발생한 사고다.

수리업체 노동자 유압호스 절단 중 화상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서구 골재생산공장인 삼표그룹 인천공장에서 올해 10월30일 오후 4시30분께 60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화상을 입고 한 달 만에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수리업체 대표 B씨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산소절단기로 이동식 하역 컨베이어의 유압호스를 교체하기 위해 볼트를 절단하던 중 유압호스에서 새어 나온 오일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오래된 호스가 잘 풀리지 않자 산소절단기의 불꽃으로 볼트를 자르려다가 A씨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로 A씨는 전신 60%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돼 약 한 달 동안 치료받았지만 회복되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숨을 거뒀다. 당시 보수작업 현장에는 A씨와 대표 B씨 단둘이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직후 사건은 인천북부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로 이첩됐다.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업체는 공장에 상주하는 업체는 아니고 외부 수리업체로 파악됐다”며 “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두 달째 수사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은 50명 이상 사업장이고, 노동자가 삼표그룹 사업장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원청인 삼표그룹이 수사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2조7항)은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모두 ‘종사자’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원청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업체 대표 B씨와 사망한 A씨가 작업할 때 삼표그룹측 관계자의 관리·감독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조치 의무를 이행했는지가 법 적용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부 수리업체 노동자가 숨진 사고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4조9호)이 정한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 마련·점검 여부’는 따져야 할 필수사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감독자가 있었는지 등은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재해조사 결론이 나기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법 위반 사항이 다수 나올 것으로 추정한다. 시행령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4조5호)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 및 산업보건의 배치(4조6호)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및 점검(4조8호) 여부를 모두 조사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사고현장에는 수리업체 대표와 직원 말고 감독하는 삼표그룹측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 위반 사항이 많아 향후 사고 경위를 철저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 경영책임자’ 정도원 회장 수사 관건

문제는 수사대상이다.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아직 ‘총수’를 겨냥하기에는 무리라는 방침이다.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아직 수사단계가 아니다”며 “현 상황에서 재해 원인을 먼저 집중적으로 파악한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도원 회장은 아직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표그룹 인천공장은 그룹과 법인이 분리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정도원 회장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2조9호가목)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본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삼표그룹 인천공장은 하나의 법인에 속하는 사업소이므로, 그룹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경영책임자가 된다”며 “삼표산업의 대표이사는 물론 정도원 회장도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해야 할 대상임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월 양주 채석장 사망사고로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정도원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이 22일 열린다. 10월24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회장측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향후 공판에서 정 회장의 ‘경영책임자’ 여부를 두고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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