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운영하는 62개 사업장 중 39곳이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2일 발표했다. 근로시간면제자를 지정하지 않고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를 10배, 면제시간 한도를 1만8천여시간 초과한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도 그중 하나였다.

노동부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하는데 노동계는 “노동조합 활동 공격” “노동조합 흠집내기”라고 반발한다. 노조는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에 반발하는 데에는 근거가 없지 않다. 2일 <매일노동뉴스>가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정부의 기획감독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 산업안전, 고충처리 등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사업장 내 조합원 수를 고려해 노사 합의로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다. 노동부는 조합원 규모별 면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10년 넘게 말 않더니 … 황당”

고용노동부는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근로감독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62곳의 사업장 중 39곳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는데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위법한 운영비원조 등 부당노동행위가 36건, 위법한 단체협약이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사례가 8건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위법한 단체협약의 사례로는 면제 한도(노동부 고시)를 초과한 인원을 노사 단체협약에 기재한 사례 등을 들었다.

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 위법사항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형사처벌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 최대 징역 2년 이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성희 차관은 “11월까지 추가적으로 약 140개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지속하고 향후 규모와 업종을 고려하여 근로감독을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면제 관련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함으로써 노사법치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9월 타임오프제 운영 실태조사 결과 117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위법·부당 사례가 확인됐다며 해당 사업장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200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나섰다.

대법원 실무연구회
“총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
모든 조합원 사용 가능”

이날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서울교통공사 5개 노조는 근로시간 면제자 사전 지정 없이 사후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 32명을 약 10배를 초과한 311명을 사용했다. 게다가 파트타임 면제자 4명을 풀타임으로 사용하고, 파트타임 면제자 181명이 근로시간면제 대상 활동을 했음에도 면제시간에서 차감하지 않았다. 면제시간 한도인 3만800시간 중 1만8천여 시간을 초과한 4만8천748시간을 사용했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교섭대표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2010년 7월 타임오프제가 시행된 뒤 노사가 타임오프제에 합의해 줄곧 시행해 온 방식인데, 이제야 문제 삼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한 부분은 법적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의 경우 연간 2만3천14시간(2022년 기준)을 보장받는다. 노동부 고시에 따라 정한 인원 한도는 풀타임 12명 또는 파트타임 23명이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타임오프 인원 한도 적용기준을 ‘연간’이 아닌 ‘일’ 단위로 산정한다. 서울교통공사 근로시간면제자가 32명이 아닌 311명이 된 배경이다.

노조의 억지 주장이 아니다.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가 올해 출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 I>에는 “개별 노동조합이 사업장의 총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 사용자와 근로면제시간 수를 합의하면 그 합의한 시간은 특정 조합원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모든 조합원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 노동부의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 매뉴얼’에는 “근로시간면제자로 통보된 자에 대한 변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사가 협의해 변경해야 하며, 사용자와 협의 없이 노조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수시로 변경해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2010년 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대해 노사가 합의할 때 반드시 근로시간면제자를 특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행정해석을 내놨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마음대로 당일 근로시간면제자를 정하는 것도 아니다. 노사 합의로 노조는 매달 5일 전 월간 근로시간면제자 사용계획을 통보하고, 변경이 필요한 경우 공사와 협의해 변경일 기준 5일 전까지 통보한다.

과거 이성희 차관도
“산보위 활동 근로시간면제 한도 포함이 타당한지 의문”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해 사용했다는 1만8천여시간은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노사가 근무 중 조합활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사안이다. 노조법 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등도 소정근로를 하지 않고 급여의 손실 없이 활동하도록 한 활동을 규정하는데, 이런 내용에 포함되면 위법 여부를 명확히 따져야 할 부분이다.

이날 브리핑을 한 이성희 차관은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성과 분석 연구’에서 “사용자와 교섭 및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제외하고 그 밖에 사용자와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 다른 법령에서 정한 활동에 대해서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유급 면제시간을 정하는 것이 법체계상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며 “근참법상의 노사협의나 고충처리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활동은 해당 법률에서 유급 여부를 결정하거나 해당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제도화된 기구에서 사용자와 공동으로 구체적 운영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타임오프제 기획감독이 정당하지 않다는 노동계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양대 노총 “노조 겨냥한 부당노동행위 감독” 한목소리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기획감독은 부당노동행위 중에서도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과 사용자의 노동조합 편의 제공에만 초점을 뒀다”며 “노조의 진정이나 구제신청 사건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 같은 고의성을 엄격하게 따지더니,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나 ‘운영비 원조’에는 ‘고의성’이나 ‘부당노동행위 의사’ 등 형사법적 잣대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어디에도 근무시간 중 노사관계 활동시간 상한을 정부가 고시해서 제한하거나 노사가 합의한 전임자급여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의 행위는 명백한 ILO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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