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고용노동부는 4일 “근로시간면제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추가로 제공한 사업장 80곳” 등 법 위반 의심 사업장 200곳을 확인하고 이들 사업장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부는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사용자에게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1천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521곳 중 지난해 연말 기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적용하는 사업장 480곳의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 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매일노동뉴스 2023년 9월4일자). 이러한 언론보도는 노동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옮긴 것이라서, 이 같은 내용은 몇몇 경제지의 기사에서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2만 시간 일 안 하고 돈 타갔다”(한국경제), “법위의 노조 … 회삿돈 끌어다 경품행사, 283명 불법임금 지급도”(매일경제) 등 사용자 자본을 위한 언론보도답게 제목을 뽑아 보도하지만, 모두 노동부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노동부가 이 같은 자체 조사로 파악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운영실태를 근거로 위법 사업장 감독 등 노사관계 개입 계획을 밝혔다며, 노조회계 서류 제출, 단체협약 시정지시에 이어 타임오프제를 앞세운 노조 때리기 3탄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 이상하다. 도대체가 이상해서 나는 몇 번을 읽었다. 아무리 봐도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부의 실태조사 및 그 결과 발표, 그리고 그에 따른 기획 근로감독 등은 노동조합을 옥죄기 위한 것이지, 전임자 급여지급 등 경비원조를 통해서 노조를 어용화하려는 사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이 나라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이상하게도 내게는 보이지 않아서 몇 번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고, 도무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노동부(장관)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위해 근로시간을 면제받고, 노조 전임자로서 급여를 지급받는다는 것이 처벌받을 범죄도 아니고 불법행위도 아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해야 하는 노동자가 사용자로부터 노무제공을 면제받고 급여를 지급받는다는 것이 처벌할 범죄라거나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노조 활동을 하는 노동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이 나라에서도 범죄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나라에서는 범죄고 불법행위인 양 비난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했다”고,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추가로 제공했다”고 해서 그에 따라 특별수당을 지급받고 근로시간면제를 추가로 제공받은 노동자, 노동조합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인데, “일 안 하고 돈 타갔다”고 비난을 하고, “불법임금 지급”받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3. 전임자급여지급 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따라 2010년 이후 이 나라에서 시행해 오고 있다. 노조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지급을 받거나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고 이 나라에서 자본과 권력은 정말 위세당당했다. 노조전임자를 축소시키고,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다. 거듭해서 말하지만, 노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임자급여지급 금지,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동자가 노조전임자로서 근로시간면제자로서 사용자로부터 급여지급받는 걸 불법,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가 노조전임자, 근로시간면제자로서 급여지급받는 걸 비난하는 법은 없다. 노조법은 사용자가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걸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서 불법 범죄로 사용자를 비난하고 있을 뿐, 노동자를 비난하고 있지 않다(81조1항4호, 90조). 법으로 보자면, 급여를 지급받고 근로시간을 면제받는 노동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비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 나라에서 법적 한도를 초과해서 근로시간면제를 받는다며 노동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사용자를 비난해야 하는데, 반대로 노동자를 비난하고 있다고 비판받아야 한다. 노조전임자로서 급여지급을 받는다고 해서, 노조간부가 면제 한도를 초과해서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노동자, 노동조합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이 나라에서 거꾸로다. 전임자급여지급 금지,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 노동조합을 비난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4. 사실 노조전임자에게 급여지급을 한다고, 노조 활동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을 면제한다고 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그 법적 정당성에 의문이 있다. 이 나라 노조법은 사용자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노조법에서 규정한 부당노동행위란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 활동에 사용자가 불이익을 주거나 지배, 개입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사용자로부터 자주적인 노조의 조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투쟁해서 쟁취한 노조 활동 보장 제도를 두고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취지로 볼 때 그러한 노조 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노동기구(ILO)도 전임자급여지급, 근로시간면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노조가 요구해서 사용자와 합의해 노조간부가 급여지급을 받고 근로시간을 면제받는 걸 국가가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나라는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니 유감스럽다. 비록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를 비난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전임자급여지급 금지나 근로시간면제 제도에 관한 법은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고, 그걸 핑계로 사용자와 권력이 노조 활동을 옥죄고 있으니 폐지해야 마땅하다.

5.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서 노조 전임자, 노조간부, 그리고 조합원이 근무시간 중에 노조 활동을 한다면, 그 활동 시간에 대한 급여는 지급받아야 하는데, 이 나라 노조법은 사용자는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 지급해서는 안 된다며 초과해 지급하는 경우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조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만 노조 활동을 하고, 그 이상으로는 활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노조 활동을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노조가 알아서 할 일이다. 사용자나 국가권력이, 법이 그 활동 범위를 규제할 일이 아니다.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서 노조 활동을 하는 근로자의 급여지급은 사용자가 아니라 노조 조합비로 하는 걸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 대부분이 이뤄지고, 그 사업장의 근로자인 노조 간부, 조합원이 그 노조 활동을 하며, 노조 조합비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인 조합원이 사용자에게서 지급받는 급여에서 공제해 마련된다. 결국 조합비도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것이고, 조합원의 급여로 조합비로 우회해서 노조 활동에 지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 활동을 하는 노조간부의 급여로 사용자가 직접 지급하면 안 되고, 조합원의 급여로 조합비로 우회해 지급하면 된다는 법을 두고서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라며 국가권력이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겠다고 노조때리기 할 일은 아니다. 2010년 전임자급여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시행 직후 수백명의 노조전임자를 두고 있었던 기아차노조는 ○○수당을 통해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회해서 노조전임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있었다. 당시 그 같은 방법의 우회 방안을 자문했었던 나는 엉터리법 때문에 이 나라 노동자, 노조가 고생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권력이 그 엉터리법을 앞세우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