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선거를 맞아 <매일노동뉴스>가 정파 활동가들에게 한국 사회의 현재를 물었다. 그들의 대답을 6차례에 걸쳐 듣는다. <편집자>

[논쟁: 길을 묻다]

① 최저임금은 유효한가
② 비정규직 철폐 또는 차별 시정
③ 기후위기와 노동운동의 탈성장
④ 여성주의는 노동운동과 만났을까
⑤ 사회적 대화,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전국결집·전국회의·평등의길 인터뷰

 

기후위기의 당사자로 호명되는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손쉽게 피해자의 지위를 갖는다. 자본과 노동의 구도 아래 기후위기의 진범은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자본이다. 이에 고용돼 열심히 일했을 뿐인 노동자는 기후위기라는 현상 아래 산업전환의 대상이 되고, 자본은 탈주한다. 누구도 뒤에 남기지 않는다는 정의로운 전환은 곧 노동자와 그 밖의 기후위기 피해자를 위한 담론이다.

자료사진 이재 기자
자료사진 이재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에서 이런 위기를 인정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지난 3월 IPCC가 새롭게 내놓은 6차 보고서는 기후위기를 이미 현재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기후정의 운동의 양상은 다양하다. 경제적 성장 측면에서만 거칠게 요약하면 △탈탄소 경제사회 전환 △탈성장사회 전환 △탈자본주의 전환 등을 포괄한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물음을 포함하면 더욱 다양한 갈래가 뻗는다. 올해 윤석열 정권이 추진했던 공공요금의 인상은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 간, 기후정의운동 내 논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기후정의에 관련한 관심은 여전히 고용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의로운 전환법의 피해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한 전문위원회에 노사 동수 참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노동운동의 기후정의는 고용을 벗어날 수 없을까. 혹은 벗어날 필요가 없는 것일까.

탈성장론 이견 “자연·인간은 등가 아냐”

“성장이 탄소배출을 필연적으로 강화하는지 먼저 분석해야 한다. 자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역사적 조건을 발전시킨 것도 성장이다. 이윤 중심이 아닌 노동과 사람,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성장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전환기 아닌가.”

김성란 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기후정의를 위한 탈성장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인간과 자연을 등가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같은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나무와 인간이 같은 특성과 가치를 지녔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은 자연스럽게 자연 자체를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관점과 배치한다.

그는 “소수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전체 민중이 삶을 영위하고 서장하기 위한 생산은 필수적이고, 다만 기후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방도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쟁취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의 양상도 재정립해야 한다. 자본의 이윤에 복무하는 생산인 잉여 또는 과잉생산은 멈출 필요가 있다. 그 자체로 착취적일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적정량의 생산과 자기노동을 통한 생산을 가로막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하다. 김 집행위원장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보수자본의 폭력적 이윤 축적을 위한 과잉생산, 독점을 부르는 과잉생산을 완화하고 일정하게 해소하는 차원의 생산문제와 기후위기를 같이 접목해 논의할 수는 있지만 관념적으로 탈성장이다, 아니다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공요금과 관련한 논쟁도 도식적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교통체계가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에너지체계를 전제로 하지만 빠르게 변해야 할 것”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은 탈성장, 인하는 지속성장이라는 이분법적 이해보다 도식적 이해보다 사회공공성을 확대해 시민의 기본적 의식주를 해결하고 탈탄소 체계에 걸맞은 새로운 대중교통 에너지 체계를 만드는 운동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해결은 양극화 해소부터

진기영 평등의길 집행위원장은 “탈성장론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탈성장 운동을 해도 양극화는 극복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 생산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노동자가 스스로의 경제기반인 생산을 해체하자는 논의를 선뜻 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어색하다. 게다가 탄소배출 같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대기업은 이른바 ‘그린워싱’ 같은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불평등한 기후위기가 재난으로 덮칠 때 양극화의 약자에 놓인 시민과 노동자에게 피해는 더욱 크게 다가온 경험이 있다.

진 집행위원장은 “사회운동의 큰 영역인 노동운동은 탈성장이 맞느냐보다 장기적인 저성장과 기후위기의 피해가 집중되는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취약층을 보호할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요금을 이런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공공성 보장 방안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세부적인 구분도 필요해진다. 진 집행위원장은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동결하면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확대한다”며 “현재 구도상 그 대가는 노동자와 시민의 몫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투자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요금을 인상하면서 노동자와 취약층의 에너지 바우처 같은 사업의 강화가 필요할 수 있다. 종합하면 공공요금을 인상해 재벌·대기업의 ‘횡재’를 억제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책임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중교통 요금은 결이 다르다.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가운데 특히 지하철 요금은 인상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진 집행위원장은 “지하철이 버스와 비교해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요금을 조정해 이용을 유도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공공성 강화 방안이 있다”며 “공공요금 접근도 획일적이지 않고 세부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성장 전면화, 자본주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전환 기제

이영주 전국결집 집행위원장은 “노동운동 내 기후정의운동은 지속적으로 존재했고, 기후정의단체와 만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노동운동 내 기후정의는 자본·정권과 직접 대립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의 위기가 절박해 기후위기를 절박한 요구로 삼지 못했다는 지점은 동의했다. 그는 “이제는 노조가 기후위기 투쟁의 전면에 서야 한다”며 “기후위기는 단순하게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문제고 반자본 투쟁의 핵심 열쇳말이 기후위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탈성장에 관련해서는 거리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를 강조한 탈성장은 성장 지상주의에 설득력 있는 제동을 걸 수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탄소배출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산업계고, 이를 어떻게 낮출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아주 근원적인 탈성장으로 나아가 경제정책 수정 없이는 무엇으로도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성장을 구호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 내부의 관습과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석탄화력노동자가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화력발전소 폐쇄에 공감하는 것은 고무적인 사례다. 이 집행위원장은 “조합원이 현재가 아니라 노조가 지향하는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조합원 교육과 논의를 이끄는 역할을 노조가 해야 한다”며 “탈성장이라는 의제를 전면화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돌아볼 중요한 인식의 전환 기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시도는 기후위기와 무관하다는 점도 되새겼다. 실제 공공요금 인상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제기된 정책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공공요금 인상을 기후위기로 설명하는 것은 기후위기 워싱”이라며 “정부정책의 실패와 재벌·대기업 밀어주기의 결과로 공공기관 재정이 어려워져 공공요금을 인상하려는 시도에 노동자가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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