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2021년 4월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직 노동자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부문 공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수당 미지급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무기계약직을 공무원과 비교해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첫 대법원 판단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하루 전 나온 전원합의체 판단이라 판례 변경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7대5 의견(별개의견 1명)으로 간발의 차이로 갈렸다.

국도관리원, 수당·성과상여금 미지급에 소송
대법원 “사회적 신분, 공무원 비교대상 아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도관리원 A씨 등 6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 상고된 지 무려 7년여 만의 결론이다.

소송은 정부가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국토부 소속 지방국토관리청장과 무기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국도관리원에게 정근수당·성과상여금·가족수당·직급보조비·출장여비 등을 미지급하면서 시작됐다. A씨 등은 공무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 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라며 2014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근로기준법 6조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국도관리원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서도 공무원들과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아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A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판단을 유지하자 A씨 등은 2016년 9월 상고했다. 쟁점은 △국도관리원의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인지 △공무원이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관 7명은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거나 공무원이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수당·성과상여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무직은 윤리성이 요구되고 노동 3권 행사가 제한되며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 유지를 위해 보수를 받는 공무원과 특성이 다르다고 봤다. 나아가 공무원과 공무직은 보수체계가 달라 업무 유사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수의견 “차별적 처우 명확”
“다수의견, 논리적 일관성 없어”

눈여겨볼 부분은 대법관 5명의 반대의견이다.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공무직의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해 차별적 처우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6조의 의의와 개별 법률의 내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고려하면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교대상을 부정한 다수의견은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혼동했고, 예측가능성도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사회적 신분’ 판단에서도 다수의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대법관 5명은 “무기계약직 지위는 장기간 지속되고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화한 현실에 비춰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며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신분적 특성을 강조해 공무원을 비교대상에서 배제하면서도 신분에서 큰 차이가 나는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해 일관성 없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가족수당을 공무직에만 지급하지 않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을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권영준 대법관은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과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하면서도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무기계약직을 비교대상으로 차별을 주장한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다수의견은 기존의 차별 관련 법리들과 조응하지 않을뿐더러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돼 있고 근로기준법 6조의 적용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