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창원지법에서 열린 노동자의 집단 독성간염과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성산업 등의 결심공판 직후 대흥알앤티 피해 노동자들과 변호인이 대화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를 취급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지난해 2월 노동자들이 집단 급성중독을 일으킨 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두성산업 사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소다. 업체 대표들은 최후진술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취지로 발언해 피해자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세척제 납품업체’ 대표 징역 3년 구형 “범행 중해”

검찰은 13일 오후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성산업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지난해 6월27일 검찰이 기소한 후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1년3개월이 걸렸다.

검찰은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중대재해처벌법 위반)와 송영수 대흥알앤티 대표(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법인에는 각 벌금 2천만원을 구형했다. 대흥알앤티도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해 노동자 13명이 집단 독성간염에 걸렸다.

화학물질 납품업체인 유성케미칼의 윤승지 대표(화학물질관리법 위반)에게는 징역 3년이,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이 구형됐다.

유성케미칼 대표에게 가장 높은 구형량이 나온 데에는 유해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를 납품한 부분이 작용했다. 검찰은 “유해물질 이름이 허위로 기재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해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에 제공해 다른 업체에 비해 범행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대표에게도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납품업체 “두 군데만 문제” 두성산업 ‘발끈’

업체 대표들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윤승지 유성케미칼 대표는 “세척제 물질은 법에 저촉이 되지 않고 (노출기준) 85% 미만은 쓸 수 있게 돼 있다”며 “판매한 업체가 29곳이 되는데 이 중 두 업체만 탈이 나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천성민 두성산업 대표는 “두 업체가 가장 규모가 커서 세척제 사용량이 아주 많았을 것”이라며 “유성케미칼 대표가 (세척제 물질 내용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29곳 전부 매우 큰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이 발언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강한 독성물질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유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지 유성케미칼 대표가 재반박하려고 하자 강 부장판사는 “변론요지서로 제출하라”며 중단했다. 송영수 대흥알앤티 대표는 “노사 합동으로 안전한 일터 만들기 운동을 하고 매일 현장 순회를 강화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대흥알앤티 피해자들 “여전히 안전하지 않아”

노동계는 ‘솜털 구형’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성명을 내고 “화학물질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구형”이라며 “사업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겁낼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관계자는 “대표는 안전매뉴얼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노조에 공유한 바 없고 위험성 평가 여부도 합의한 적 없다”며 “지금도 안전보건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법조계도 피고인들 주장과 구형량을 비판했다. 대흥알앤티 피해자들을 지원한 김태형 변호사(김태형 법률사무소)는 재판 발언 기회를 얻어 “지역사회에서 정평이 나 있다는 대흥알앤티측의 주장을 들으니 표현하기 힘든 마음이 생긴다”며 “여전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정직한 변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화학물질관리법보다 못한 구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집단중독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구형”이라며 “제품을 받아다 쓴 것에 불과하니 책임을 덜 져도 된다는 편의주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선고 공판은 11월1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두성산업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선고와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통상 변론 기일에서 재판부가 결정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당장 결정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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