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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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적정 의료인력 확충과 간병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대화 계획이나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엄정 대응만 강조했다.

노조는 13일 오전 7시부로 총파업을 시작했다. 노조 지부 200곳, 사업장 220곳 가운데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한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이 파업에 동참했다. 이 가운데 노조는 1만5천명을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같은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편성해 실제 파업에 돌입한 인원은 4만5천명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우려한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노조 파업에 업무개시명령 최초 발동?

일선 병원에서는 외래진료를 중심으로 접수가 지연하는 사례 등은 발생했다. 한양대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진료를 마친 환자가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산대병원은 파업에 앞서 입원환자 700여명을 퇴원시켰다. 노동자 3천500명 중 80%가량이 파업에 참여해 병동을 운용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다. 병원측이 과잉 반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 정부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대학병원”이라며 “이번 파업에서도 환자를 전부 소개할 필요가 없는데도 퇴원조치를 강행하고 노조 비난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정부쪽은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당정협의 뒤 “노조는 민주노총 파업 계획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유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개시명령 검토를 언급했다. 의료법 59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국민보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 진료를 중단할 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실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면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 인력에는 처음이다.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합법적인 절차를 지켜 정당한 사유 없는 의료 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 인사의 업무개시명령 언급에도 14일 파업과 결의대회를 전국에서 이어 갈 계획이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력확충 등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무기한 총파업으로 이어질 여지도 적지 않다. 나순자 위원장은 “파업을 하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라 하는데 누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느냐”며 “파업을 앞두고 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하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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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살리는 파업, 대화는 정부가 거절”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차로에서 조합원 2만명이 결집한 가운데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서도 조합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1대 5명 적용 △보건의료 업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업무범위 명확화 △불법의료 근절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및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일선 보건의료인력 정당한 보상 △노동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를 촉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국민의 간병비 고통을 해결하고 국민생명을 위한 공공병원을 살리자는 주장을 정치파업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파업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노조의 7대 총파업 핵심요구는 너무나 정당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요구이자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요구”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개최된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도 참가했다. 화섬식품노조와 사무금융노조·전국플랜트건설노조도 이날 총파업대회를 서울 도심 곳곳에서 각각 개최했고, 전교조는 교사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과 이들 노조는 삼각지역까지 행진하다가 남영삼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한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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