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공문을 시행해 전교조 교사결의대회 참여를 막기 위해 ‘복무 관리’를 주문했다.

13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겨냥해 “절차를 밟아서 하고 있지만 정부 조치에 따라 파업 여부를 정한다는 노조쪽 발언은 (쟁의) 권한을 벗어났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할 때 내릴 수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시 법적 공방 불가피

의료법 59조2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폐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보건의료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취득한 파업이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노조는 5월3일부터 의료기관별로 사용자쪽과 교섭을 시작했고, 같은달 23일부터 16차례 정부와 9·2 노정합의 이행 점검 정례협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사용자와 정부가 노조의 요구 수용을 거부하면서 지난달 교섭결렬 이후 집단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6만4천257명 중 5만3천380명(83.07%)이 참여해 4만8천911명(91.63%) 찬성으로 가결했다. 각 병원 노사가 맺은 필수유지업무협약에 따라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배치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의료법상 규정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하면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의료법에 업무개시명령 근거를 뒀더라도 문구상 정당한 사유를 넓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데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남겨 놓고 절차적 쟁의권도 갖춘 파업에 확대 적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정당성을 두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부 연일 몽니 “정치·불법파업, 굴복 않겠다”

정부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틀 지으면서 “굴복하지 않겠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나서면서 이런 정부의 태도를 고려해 9·2 노정합의 이행 관련 정부 계획을 발표만이라도 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10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태도를 바꿔 하기로 약속했던 정책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발표하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간만 끄는 교섭이 아니라, 지키지도 못하는 합의서가 아니라 환자와 노동자가 있는 의료현장의 실질적 변화”라고 촉구했다. 막판교섭을 하지 않더라도 노정합의 이행 계획은 내놓으라는 요구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요구마저 외면한 채 병원 노조 파업 사상 유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들었다.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장기화할 수 있다.

정부의 엄정 대응 기조는 부처를 가리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전교조의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앞서 7일 17개 시·도교육감에게 공문을 보내 “학생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교직원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8일 열린 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와 15일 개최 예정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궐기도 언급하면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등 관련 법령 및 규정 등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열린 교사결의대회 내용과 양상을 검토한 뒤 관련 법령에서 금지한 정치적 행위나 집단행위로 판단되면 엄정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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