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

지난달 노동자가 업무 도중 숨진 코스트코 하남점이 산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1일 유가족과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에 있는 ㄱ병원은 지난달 19일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사망한 20대 노동자 김아무개씨의 유족에 같은달 23일 최종 사망 진단서를 발급하면서 사인인 폐색전증의 원인을 ‘온열로 인한 과도한 탈수증상’이라고 적시했다. 폐색전증은 다리정맥에서 발생한 혈전으로 폐혈관이 막히는 증상이다.

사망을 진단한 의사는 “젊은 사람이 혈전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생겨도 갑자기 폐색전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고인의 다리에 다량의 혈전이 발생한 상태고,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땀이 심하게 배출되고 과다한 탈수로 혈액이 걸쭉해져 갑자기 폐색전증이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유가족이 전했다.

관리자가 병원에 업무 관련 언급 안 해

그런데 최초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인 폐색전증만 있고, 그 원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유족이 고인의 근무환경을 지적하면서 사망진단서를 재발급할 것을 병원측에 요구한 끝에 다시 발급됐다.

마트산업노조는 “병원 응급실에 구급차로 이송될 때 관리자가 대동했는데, 업무 관련 내용 언급 없이 '코스트코 직원’이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사망과 업무 간 인과관계를 사측이 숨기려 했다는 얘기다. 노조는 “사망의 업무 관련성 입증을 어렵게 만들고 정확한 사인 진단을 위한 유족의 부검기회를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주차장에서 매시간 200여개의 카트를 모아 매장 입구로 옮기는 업무를 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주차장은 벽면자체가 뚫려 있어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곳이었다. 하지만 국소 냉방장치도 없었고 시원한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휴게실이 5층에 있어서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사망 전날에 가족 단톡방에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잘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달 5일 카트업무를 하기 전에는 4년2개월 동안 계산대 업무를 했다. 근무자용 의자 제공 없이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서서 일했는데, 이는 혈전 발생 가능성을 높였을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사측, 산재처리 거부에 관련 자료 제공 거부

코스트코 하남점은 유가족의 산재 신청에도 비협조적이었다. 유가족들이 노동자 사망 다음날인 지난달 20일에 코스트코측에 산재처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CCTV 자료도, 근무기록지 제공도 거부해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과 근무 양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유족들은 같은달 26일 코스트코 하남점 점장에게 CCTV 영상 복사본을 요구했다. 경찰 중재 하에 고인 외에 다른 사람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처리비용은 유가족측이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제공하겠다고 협의했으나 사측은 나중에 말을 뒤집었다.

유가족들이 근무기록 자료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주지 않아 김씨의 동료를 통해서 입수해야 했다.

마트산업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열고 유족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산재를 입증하기 위해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부족한 인원을 채우고 업무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온열 업무 중 과다탈수로 인한 사망을 인정해 산재처리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코스트코에 촉구했다.

강민정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유가족의 CCTV 자료 요청을 거부하는 코스트코에 대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와 마트산업노조는 이날 오후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당대표는 사측과 노조 관계자 등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생명이나 안전을 침해받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측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성익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회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인력충원을 충분히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경 코스트코 부사장은 “직원 사망에 대해서는 조사를 받는 중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음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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