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대법관 후보인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와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 신임 대법관 후보인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 왼쪽)와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마지막 대법관’ 후보가 결정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간접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후보들이 제외되면서 ‘삼권분립’이 훼손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노동법 전문가’로 꼽히는 박순영(사법연수원 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가 대통령실이 꺼린 인사로 알려지며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대통령실 ‘거부 의사’ 촉발, ‘안정 선택’ 분석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5기)와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21기)의 임명을 제청했다. 두 후보는 다음달 18일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소수자 인권보호 의지를 갖췄다”고 두 후보를 평가했다.

권 교수는 지난달 30일 후보 중 유일한 학계 인사로서 ‘민법 전문가’로 알려졌다. 한국민사법학회 부회장과 한국재산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서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회생법원장 등을 거쳤다. 2015년 광주고법 판사 시절 세월호 사건 항소심을 심리하며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두 명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발표한 후보 8명 중 ‘임명 보류’ 대상으로 전해진 후보 2명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거부 의사를 드러낸 후보는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정계선(27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알려졌다.

박 고법판사는 2021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됐다. 노동사건에 특화돼 불법파견, 노사관계 등 다양한 소송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전향적 판결을 내렸다. 박 고법판사가 제청될 경우 2018년 8월 임명된 김선수 대법관에 이어 ‘노동 전문 대법관’이 탄생할 수 있었다. 정 부장판사는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경력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념적 편향을 이유로 임명 거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결국 둘 다 고배를 마셨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임명권과 대법원장 제청권이 충돌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 ‘의중’과 반대로 제청할 경우 대통령이 9월 김 대법원장 퇴임까지 임명권을 보류했다가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되면 다시 제청받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제청 전 ‘입김’ … ‘삼권분립’ 흔들릴 우려

▲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특정 성향’ 대법관 후보의 제청 여부가 표면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법조계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지침’을 내린 것으로, 사법부 권한을 침해했다고 비판한다. 실제 두 후보가 임명되면 대법관 13명 중 여성 비율은 30.8%에서 23.1%로 줄어든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법관으로 채워지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에서 “김 대법원장이 사법권에 대한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침범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원래 제청하려던 후보를 밀어붙이는 등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이 해명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 퇴임 이후에는 국회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면 대통령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표결한다. 한 교수는 “만약 ‘코드 대법관’ 후보가 국회에 넘어오고 야당이 나서지 않으면 사법부 독립은 완전히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대통령실이 제청 전에 특정 후보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사를 흘려 영향을 미치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제청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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