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 월간조선, 원희룡 국토부 장관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 사망과 관련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 노조와 유가족이 “허위 사실 유포이자 사자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조선일보에 공개사과와 기자 징계를 촉구했다.

“기획 분신 희생자 아닌 건폭 몰이에 항의한 노동자”

건설노조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이를 승인한 편집국 사회부장, 유서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 기자와 데스크 담당자, 조선일보 기사를 본인 SNS에 인용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CCTV 영상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제공한 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고소·고발 주체는 고 양 지대장의 유가족과, 분신 방조자로 지목된 노조간부, 건설노조다.

조선일보의 온라인 대응 자회사인 조선NS는 지난 16일 고인의 분신 장면이 담긴 CCTV 화면과 함께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 내용은 다음날인 17일 조선일보 지면에도 실렸다. 월간조선은 18일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본인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며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망인의 동료들과 가족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야기한 악의적인 기사”라며 “해당 기사는 노조와 노조간부가 마치 동료의 희생을 방관하고 자살을 기획하거나 방조했다는 식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정부의 ‘건폭’ 몰이에 항의해 분신한 노동자가 마치 기획 분신의 희생된 자에 불과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소인들의 명예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원희룡 장관은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언론보도를 인용했지만 표현을 보면 명백히 노조간부가 동료의 자살을 종용했고 노조도 대정부투쟁을 위해 고인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CCTV를 조선일보 기자에게 제공한 성명불상자에 대해서는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고 양회동 지대장과 노조간부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기자 징계하라”

이날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는 서울 중구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보도는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 위한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보도”라고 규탄했다.

강성남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언론사망 선고를 내리고 싶다”며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이 사회의 민주화와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음모를 덮어씌우고 혐오로 주저앉히려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언론은 불법 재하도급과 중간착취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 노조원들이 하루아침에 공갈범이 됐는지 등 노동자의 분신 앞에서 이러한 질문부터 던졌어야 한다”며 “조선일보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서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59개 단체와 사회원로 171명은 항의서한에서 “조선일보는 스스로가 언론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조작 보도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며 “조작 보도를 한 기자와 이를 지면으로 낸 편집국 담당자를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서한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제지로 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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