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중앙집행위원회안으로 대의원대회에 상정하지 못한 게 패권주의라는 비판의 핵심인 것 같다. 중집에서 표결을 하지 않고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임시대대에서 논의하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진 않는다. 건강한 토론 절차이자 과정이고, 민주노총은 이미 대대에서 성숙한 논의를 할 준비와 경험을 갖췄다.”

양경수(47·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치·정치방침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임시대대를 열고 정치·총선방침을 비롯한 3개 안건을 논의한다. 임시대대를 앞두고 민주노총 내 정파·그룹의 이견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양 위원장을 만났다.

진보정당이 주도한 사회적 의제, 보수에 뺏겨

- 먼저 정치방침 재건과 정치세력화 필요성을 짚어 본다면.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10년간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이 없었다. 진보정당과 사업을 했지만 정치세력화 고민이 깊었다. 시도는 있었다. 과거 집행부도 논의했지만 결론을 맺지 못했다. 최근에는 아예 논의가 실종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경과하면서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평가 토론회를 심도 있게 진행했다. 정치세력화 의지와 방향을 확인했다. 지금 노동자와 서민, 민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진보정치가 다시 작동해야 한다.

앞서 20여년간 진보정당이 제기한 사회적 담론은 공론장의 의제를 주도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신설 같은 강력한 의제가 이야기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정치적 지향이 약화하면서 진보정당도 약화하고, 사회적 의제를 보수진영에 넘겨줬다. 지금 정치방침 논의는 민주노총의 지향을 회복하고 직접·광장정치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앞서 진보정당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위탁정치, 대리정치였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경험도 당 활동가에게 정치를 맡기고 말았다. 민주노총의 자기 입장과 고민, 현장 조합원과 현장정치를 만드는 활동이 부족했고 진보정당과 간극이 생겼다.”

- 정치방침인 진보대연합정당을 제안하는 이유는.
“현실성이다. 진보적 의제는 변화한다. 진보의 틀과 다양성은 더 확장한다. 지난 10년간 각자의 지향을 갖고 발달한 진보정당에게 바로 단일정당으로 모이자고 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크다. 진보대연합정당안은 공통분모를 만드는 안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선거에서는 힘을 모아가는 게 진보대연합정당의 장점이다. 연합정당이라는 형식보다 노동중심성이라는 내용에 주목해 달라. 노동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주요한 주제고,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사회는 한 발자국도 전진하기 어렵다. 지금 제출한 안은 노동중심성을 바탕으로 진보정당이 함께 힘을 모의자는 의미다. 성과를 추측하긴 어렵다. 다만 기득권 양당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자기 역할을 할 때 보다 많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노동중심성 갖춘 민주노총 정치방침 절실해

- 10년의 간극이 있다면 이를 극복할 시간이 오히려 부족한 게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0년간 내재적으로 고민하고 도모했다. 짧게 보더라도 최근 2년간 대선과 지선을 거치면서 진보정당 연석회의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제한적이나마 지선에서는 성과도 있었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진보정당에게 단결을 제안하고 권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노총이 자기 입장을 갖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0만 조합원이 자기 결정을 내리고 지향점을 찾아야 진보정당도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현재 상태로는 각 정당에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진보정당에게는 진보대연합정당을 끝까지 함께하자고 호소할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안의 차이가 우리가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양당과 싸우지 못할 정도로 큰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 10년간 고민이 있었다고 했으나 현장에선 정치교육조차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다. 괴리가 아닌지.
“논의가 상층부에 머물렀던 한계가 있다. 현장 조합원을 주체로 세우고 주인으로 세워 정치세력화를 하자는 방향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천적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방침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노동자가 직접 광장에서, 거리에서, 투쟁을 함께하는 정치를 하자는 지향을 명확히 해야 (현장에서) 교육도 하고 동의도 구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방침을 설명해도 일반론에만 머물렀던 것을 극복하고, ‘그래서 누굴 찍으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줘야 할 때다.

지금 정치를 의회 안 정치에 국한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조합원 개인은 직접 정치에 나서도 의회에 개입하기 어렵다. 현장 투쟁과 의회 활동이 맞물려야 하고, 이를 위해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해 광장과 의회가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진보당 배타적 지지? 과도한 주장”

- 의사결정 과정이 패권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알고 있다. 위원장안 부의가 문제의 핵심인 것 같다. 중집 논의를 3차례 했다. 2월 정기대대에서 수정안 발의 끝에 논쟁과 표결을 거쳐 4월 임시대대 논의를 결정했다. 대대 결정사항이다. 대대가 가까워 오니 비판이 강화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방통행은 아니다. 밀어붙이려 했다면 중집에서 표결해 정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부의 이견을 드러내고 토론하는 건 건강한 토론의 절차다. 앞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제도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진지하게 토론한 경험이 있다.”

- 진보당 배타적 지지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도 있다.
“과도한 주장이다. 진보당도 진보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지 않았고 총선방침 수립 뒤 정당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당 참여를 확대하려는 게 집행부의 고민이고 입장인데, 성향이 유사하다며 진보당만 동의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기대와 달리 선거 국면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일보 전진에 의미를 두나.
“의미가 없진 않겠으나 한국 정치는 역동적이다. 최근 금태섭·김종인 같은 인사가 새 흐름을 만들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도됐다. 자리 잡을 공간이 보인다는 의미다. 노력 여하에 따라 예상 외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나 반노동·반민중 정책이 가진 제한성과 한계가 폭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높다. 국민 다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염원하고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그걸 누가 어떤 의제로 어떤 방향으로 이른바 어필하느냐다. 노동의 문제로 진보진영이 단결해 다가가는 게 우리의 방향이어야 한다고 고민하고 있다.”

분열 우려 목소리 있지만 
 “공동 논의·집행 기풍 있다”

- 앞서 강조했듯 과거 진보단일정당은 사회적 의제가 있었다. 이번엔 뭔가.
“단연 노동과 민생이다. 다방면에 산적한 의제가 있다. 외교안보, 경제, 정치, 노동, 기후환경 등에 대한 담론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토론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전세사기 문제를 비롯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서민 절규에도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책임공방만 하는 정부와 기득권 양당, 노동시간 단축이 세계적 추세임에도 어떻게 늘릴지 천착하는 제도권 정치의 모습을 보라. 이런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유권자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담론은 오랜 기간 공론장에 머물며 논의를 주도할 것이다.”

- 24일 임시대대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합원들에게다. 진보정치가 단결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에 주목해 달라. 민주노총의 역할을 중심으로 고민해 달라. 논의 과정이 분열을 만들 것이란 우려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이후 많은 논의를 했지만 결과가 분열은 아니었다. 민주노총은 다양한 의제를 다양한 견해로 토론하고 결정한 것을 공동으로 집행한 경험이 축적돼 흔들리지 않고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논의를 할 것이다. 대의원도 그런 자세로 임할 것이다. 믿고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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