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하게 한 정책 추진으로 국민 반발에 직면한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던 대통령실이 20일 “60시간은 윤 대통령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 모두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상한제로 운영되던 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제로 관리하는 방향의 뼈대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두고 “최대 주 평균 48.5시간으로 줄여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주 60시간 캡 씌우기, 예단 마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대통령) 지시라도 주 60시간 캡 씌우기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장시간 근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의견을 들어 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해 앞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영하고 규제 심사나 국회에 가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근로시간 개편안은) 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고, 근로자들 의견수렴 절차가 남아 있다. 충분히 듣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개편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기간은 다음달 17일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오전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근로시간 개편안에 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 검토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보완할 점 찾아서 후속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주 69시간은 프레임”이라는 국민의힘

기존 근로시간 개편안을 정면 돌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나 공짜 노동 같은우려는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체는 전체의 1.4%밖에 (안 된다).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장, 그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20만명 이하”라며 “(노동자가) 적단 말이나 (숫자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고 바꾸고자 하는 제도로 가자고 해도 급격한 장시간 노동으로 가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제가 아니라) 탄력근로제 최대 64시간, 선택근로제 최대 69시간과 비교해야지 왜 주 52시간제랑 비교하느냐”며 “탄력근로제와 비교하면 (개편안은) 연장근로수당도 부여한 진일보한 체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주 69시간에서 주 60시간으로 바뀌어도 돌 맞는다”며 “(언론 등에서 짜 놓은) 프레임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임’은 정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시작한 뒤 “주 69시간 연장근로기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 여당이 오해라며 써 온 말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주 단위로 관리하던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자는 것인데 주 69시간이라는 프레이밍에 빠지다 보니 갇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노동부 장관은 “주 평균 48.5시간으로 단축하는 안”

실제 주 69시간 연장근로를 가능케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최대 주 평균 근로시간을 48.5시간으로 줄이는 안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업 이에이트㈜를 방문해 “지난 3월6일 정부는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며 “현재 주 최대 52시간으로 주 단위로 묶인 연장근로를 풀어 선택지를 넓히고, 최대 주평균 48.5시간으로 줄여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단위별 연장근로 총량을 90%(분기), 80%(반기), 70%(1년)로 줄이는 안이다. 이렇게 하면 연장근로 단위가 분기일 경우 주 50.8시간, 반기일 경우 49.6시간, 연일 경우 48.5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당·정의 이 같은 태도를 감안하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이 장관이 이날 찾은 이베이트는 오전 8시~10시 사이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재택·원격근무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하고 있는 곳이다. 리프레시·장기근속 휴가 등 다양한 복지제도가 있는 기업이다. 노동부는 “유연한 근무시간 운영이 연차휴가 사용에 도움된다”는 취지로 홍보했다.

강예슬·임세웅·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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