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시간 관련 협약 8개를 회원국이 비준하도록 권하고 있다.<표 참조> 한국 정부가 비준한 것은 1935년 채택된 ‘주 40시간’ 협약(47호) 하나뿐이다. 현재 ‘주 40시간’ 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187개 ILO 회원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15개국에 불과하다. 근로시간 관련 8개 협약 중 비준국이 가장 적은 주 40시간 협약을 한국 정부는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11월7일 비준했다.

이명박 정권이 ‘주 40시간’ 협약을 채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준 당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기 때문이다. 협약 비준으로 정부는 주 40시간제 집행 의무를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법에서도 진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한국은 “법 따로 현실 따로”다. 헌법은 노동 3권을 부여하지만, 현실에서 노동 3권을 누리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귀족’이라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노동관계법령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은 ‘법 따로 현실 따로’의 대표 사례다. 한국전쟁 중인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법정 기준으로 ‘주 48시간’을 명시했다. 하지만 1970년 11월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은 이 법을 지키라며 몸을 불살랐다. 노동자 대투쟁을 거친 1989년 노태우 정권은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으로 줄였고, 2004년 노무현 정권은 ‘주 40시간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역사적 성과를 기반으로 2011년 11월 이명박 정권은 ‘주 40시간’ 협약 47호를 비준할 수 있었다.

법은 바뀌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주 68시간’은 문재인 정권까지 합법이었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지금도 합법이다. 사실 ‘주 68시간’의 법률적 근거는 없었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이어진 노동부 관료의 행정해석만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은 근로기준법의 ‘1주’는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노동부 관료의 행정해석을 직권으로 취소하지 않고, 국회에 미뤘다. 2018년 국회가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삽입해 법정 근로시간이 제대로 정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주 69시간’을 밀어붙이면서 ‘주 40시간’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근로시간에 관한 ILO의 입장은 관련 협약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협약 1호에 따라 최대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채택된 협약 1호를 비준한 52개국 명단에 한국은 없다.

물론 ILO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한으로 분기, 반기, 연간을 언급하고는 있다. ILO는 이 경우에도 최대 근로시간은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주 69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칙적으로 3주의 근로시간을 평균해 최대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과 주 48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

협약 1호 4조에 따르면 연속 교대 등 근무 성격상 필요한 경우 최대 ‘주 56시간’도 가능하다. 최근 ILO는 노르웨이 등 회원국 사례를 들면서 이 조항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을 50시간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ILO는 업무 성격상 특정주에 48시간이 넘더라도 최대치는 1919년 당시 기준인 56시간을 넘길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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