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재 기자

국무총리 훈령인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의 효력이 이달 말로 종료된다. 공무직 48만명에 기간제 등을 포함해 73만명으로 추산되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인사·노무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기구 ‘공무직위원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노동계 요구에도 기한 연장이나 상설화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31일을 일몰기한으로 둔 공무직위는 지난달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정부쪽은 비공식적으로 이미 일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직위 예산도 지난해 9억1천100만원에서 올해 1억8천7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일몰기한인 이달까지만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한 것이다.

인사관리 가이드라인 정했지만 ‘사각지대’ 아쉬움

공무직위는 현재 공무직 법제화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제화뿐만이 아니다. 공무직위가 논의하기로 했던 의제 16개 중 절반 가까이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공무직위가 다루려던 의제는 △복리후생 3종 세트(복지포인트·명절상여금·급식비) 차별 개선 △실비변상, 법상 의무수당 차별 해소 △비금전적 처우 차별 해소 △공무직 직무·직급체계 마련 △공무직 임금체계 마련 △임금 및 수당 격차 해소 △성과급 차별 해소 △공무직 인건비 제도 구축 △공무직 인식·문화 차별 해소 △교육훈련 기회 차별 해소 △공무직 인사관리 기준 마련 △공무직 성과평가체계 마련 △공무직 산업안전 보호 △공무직 정원·직제제도 개선 △공무직 법·제도 개선 △공무직 관리체계 정비다.

공무직위가 내놓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2021년 8월 만든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인사관리 가이드라인이다. 공무직의 차별적 근로조건 개선을 포함해 인사제도 전반을 담았다. 다만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질적인 예산 확보는 이뤄지지 못했고, 공공부문 자회사 정규직은 포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2020년 3월 출범 이후 1년5개월여 만에 내놓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산을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공무직위는 매년 기획재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고문 형태로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실제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일부 반영돼 공무직 처우개선 예산 외에 별도로 복리후생 3종 세트 인상을 이끌기도 했다.

정부, 일몰 연장이나 공무직위 상설법안에 부정적

이런 성과에도 일몰기한 연장이나 기구 상설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상원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막연한 기대감은 갖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수십만명의 공무직 처우개선과 관련 정책 집행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응기구가 없다면 사회적 갈등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무직위 종료를 막을 방안은 정부가 일몰기한 연장을 결단하거나 국회가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일몰기한 연장은 어렵지 않다. 애초 공무직위 설치를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 개정 권한은 정부에 있다. “이 훈령은 2023년 3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정한 부칙 2조만 고치면 된다.

다른 방안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다. 김주영 의원이 지난해 12월20일 발의한 이 법안은 훈령에 기반을 둔 공무직위를 법적 기구로 격상하고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범위를 명확했다. 훈령에는 없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다시금 강조하는 내용도 담았다. 제정안은 아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법률 제정에도 부정적이다. 검토보고서에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행정안전부·교육부·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공공부문 내 공무원과 공무직 간, 그리고 공공부문 종사자와 민간부문 종사자 간의 이해관계 등에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논의를 지속하기 어렵고 별도의 위원회를 신설하지 않고도 노동부의 기존 업무체계 또는 다른 국정협의체를 활용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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