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 주최로 29일 국회에서 열린 '끼인 노동,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 틈에 끼인 마트 노동자' 유통물류서비스업 야간노동 실태와 노동자 건강영향 연구 결과 토론회. <정기훈 기자>

유통업계 온라인시장 확대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마트에서 온라인 주문을 피킹(집품)·패킹(포장)하거나, 고객 집으로 배송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규칙한 근무일정과 인력부족에 따른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저임금 탓에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법·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 틈에 끼인 마트 노동자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조는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의실에서 ‘유통물류서비스업 야간노동 실태와 노동자 건강영향 연구 결과 토론회’를 열었다. 진성준·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마트 무기계약직 피커·패커와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로 나눠 각각 설문·면접조사를 했고, 심박수를 측정했다.

배송기사 54.9% 60시간 초과근무
10명 중 9명 사고 경험 “있다”

김형렬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는 올해 6월22일부터 7월9일까지 284명 온라인 배송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응답자 5명 중 1명(22.2%)이 야간노동을 했다. 야간배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유’가 77.8%로 가장 많았다.

마트 배송기사는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산재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0.7%)은 노동시간에 대해 “주 52시간을 초과한다”고 답했다. 주당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54.9%였다. 주 60시간 초과자를 야간배송과 주간배송으로 구분해 보면 각각 51.1%, 68.3%로 야간의 경우가 17.2%포인트 더 많았다. 10명 중 9명(90.8%)은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고 유형으로는 ‘부딪힘’이 66.2%로 가장 많았고, ‘넘어짐’ 52.8%, ‘교통사고’ 45.8% 순이다.

노동강도와 관련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8.6%)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한다’는 항목에 “근무시간 대부분 혹은 내내”라고 답했다. 야간배송(55.6%)이 주간배송(46.6%)에 비해 9%포인트 높다.

김형렬 교수는 “업무 중 생수 배송 같은 육체부담이 높은 작업을 수행할 경우 심박수가 현저히 증가한다”며 “휴무일 후 수면을 취할 때 심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휴무일이 더 주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마트 피커·패커 산재신청 2.9%에 불과

최민 직업환경의학과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같은 기간 이마트(PP센터)·홈플러스(이커머스) 마트노동자 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부분 업무속도에 허덕이며 일하고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한다’는 항목에 “근무시간 대부분 혹은 내내”라고 답한 노동자는 이마트 68.3%, 홈플러스 50.8%로 절반 이상이었다.

고강도노동에 시달리는 만큼 업무 도중 사고를 당하는 경험도 많았다. 최근 1년간 사고 재해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노동자는 이마트 9.5%, 홈플러스 13.2%로 10명 중 1명꼴이다. ‘부딪힘’이 이마트 85.7%, 홈플러스 73.4%로 가장 많았고 ‘물체에 맞음’이 각각 68.3%, 53.7%를 기록했다. ‘넘어짐’이 30.2%, 22.7%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산재를 신청한 비율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각각 2.9%, 4.5%에 불과했다.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답한 노동자는 이마트 49.5%, 홈플러스 30.1%였고 “자비로 부담했다”는 응답도 28.2%, 54.1%였다.

최민 전문의는 “마트에서 일한다고 하면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근무하는 동안 운동하고 있는 사람처럼 높은 심박수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야노동 제한과 물류산업의 노동강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혜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물류센터의 경우 반드시 야간노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에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내용을 넣거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창고·물류센터 노동자의 할당량과 관련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규정을 도입한 것처럼 물류산업에서 노동강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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