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문 상품을 보관·포장·발송하는 생활물류센터의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산재에 취약한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중층화된 고용구조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지는 간접고용을 금지해 원청 사용자성을 강화하고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법·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류호정·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인권 상황과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배송시장 성장으로 물류센터도 확대

생활물류센터는 판매사들이 상품을 보관하고 소비자 주문에 따라 상품의 포장·발송을 하는 물류센터, 배송 과정에서 집화·분류를 하는 물류작업장, 판매와 배송을 모두 직접 운영하는 쿠팡 같은 온라인 전문 종합판매사의 물류센터 등 세 가지 유형의 작업장을 일컫는다. 물류센터 시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쿠팡·마켓컬리·에스에스지닷컴·오아시스 등 온라인 배송업체가 시장에 군림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를 흡수하고 있지만 평판은 좋지 못하다.

쿠팡은 산재가 급증해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폭염과 한파에 무방비로 노출된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마켓컬리는 회사에 비판적인 노동자의 일용직 채용을 제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점이 발각됐고, 물류센터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좋은 평판을 받았던 오아시스는 임금체불이 끊임없이 발생한 점이 확인돼 구설에 올랐다.

장귀연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장은 생활물류센터의 다단계 도급구조를 중심으로 노동환경을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센터 노동자는 판매사가 직접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판매사에서 물류센터 운영을 도급받은 관리회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인력회사를 통해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청의 재하청으로 일하는 셈이다.

다단계 하청구조일수록 고용불안과 임금 저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노동시장의 정설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어렵게도 만든다. 이를테면 인력회사는 물류센터 노동환경을 결정할 아무런 권한이 없고, 해당 인력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할 사용자를 찾을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물류센터 노동자 514명의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작성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사인 원청에 직접고용된 물류센터 노동자 비율은 60.3%, 인력회사 소속은 34.7%다. 어느 회사에 소속됐는지 모른다는 응답자도 5.0%나 됐다. 정규직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상용직은 30%, 계약직은 37.1%, 일용직은 31.9%다. 프리랜서라는 답변은 1%였다.

장 소장은 “고용불안정성은 짜내기 노동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침에 기인하고, 이처럼 고용불안정성과 연관된 장시간 노동과 극심한 노동강도는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생활물류센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고용형태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류창고 노동조건 산재에 매우 취약
노동시간 규제 가장 필요”

산업재해 문제와 관련해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물류센터 작업장은 먼지가 많고 추위·더위에 노출돼 있지만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은 부족한 탓에 노동자 건강권 보호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 설비를 다루면서 발생하는 사고,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과 과로 위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근골격계 장애 및 건강상 위험, 추위·더위·먼지에 노출된 작업환경이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위험의 구조적 원인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파생되는 문제이고,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은 장시간·야간노동 규제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은영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중층화된 도급구조 개선, 장시간 노동 금지, 현장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그는 “중층적인 하도급구조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폐지, 원사용자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개선으로 중층화한 도급구조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에 연속적인 야간노동 제한, 월 단위 야간노동 횟수 제한, 야간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휴식시간 부여, 야간노동시 적정인력 배치 의무 부과, 1인 야간근무 금지 등의 규정을 담은 조항을 신설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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