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마필관리사를 조교사협회가 집단고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가 파기됐음에도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지역 마필관리사들은 조교사와 개별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버티면서 정부와 마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마사회는 14일 해산하기로 한 제주조교사협회 사태에도 “개별 노사관계”라며 선을 긋고 있다.

농림부 “마사회에 당사자 중재 요청, 직접 개입은 무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워 마사회쪽에 현안을 풀 수 있도록 중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조교사협회가 해산을 결의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해산의 배경이 된 임금체불 같은 노사관계 문제에 대해 선제적인 해결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사회쪽도 입장은 비슷하다. 사회적 합의 이행의 책임을 지고 있지만 조교사협회 해산 같은 결정에 대해서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개별 조교사와의 고용계약시 처우가 나빠지지 않는 방식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대응은 조교사협회를 설립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 주체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마사회는 2017년 12월27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말 관리사(마필관리사) 고용구조 개선 협약’을 체결했다. 다단계 고용구조를 극복하고 조교사협회를 통한 집단고용을 이루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동계는 마사회 직접고용을 촉구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양보해 조교사협회로의 간접고용을 수용했다. 합의서에는 협의위원으로 참여한 농림부 중재위원과 당시 마사회 경마기획처장이 직접 쓴 서명이 날인돼 있다.

20억원 임금체불 소송에 돌연 해산한 조교사협회

제주조교사협회는 2018년 7월30일 설립 이후 마필관리사 임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잦은 충돌을 빚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제주경마공원지부는 조교사협회에 떼인 당직수당 등 20억원을 지급하라는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조교사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5월26일 사원총회를 열고 돌연 해산을 결의했다. 해산 등기까지 마친 상태로, 해산일은 14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합의 주체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제주조교사협회 해산으로 졸지에 해고상태가 된 제주지역 마필관리사들은 개별 조교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산 철회와 정부·마사회의 책임 있는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태각 지부 고문은 “수없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체결했던 사회적 합의를 무책임하게 파기하는데도 정부와 마사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미약하나마 개선을 이뤘던 단체협약도 모두 파기될 뿐 아니라 그간 일한 경력도 깎인 채 신입사원으로 다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조건 후퇴를 막기 위해 개별 조교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사회, 경마시행규정 개정도 ‘대충’

한편 마사회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규정개정조차 소홀했던 대목도 드러났다. 사회적 합의 당시 마사회는 경마시행규정을 개정해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의 고용 주체임을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개정된 내용을 보면 “말관리사란 각 경마장 조교사(서울경마장의 경우는 조교사협회를 말한다)에 고용된 자”라는 문구를 “말관리사란 각 경마장 조교사 또는 각 지역의 조교사협회(조교사업의 수행편의를 위해 설립한 조교사들의 단체를 말한다)에 고용된 자”로 고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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