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 노동자가 사망했다. 구의역 김군, 한 끼 식사용 컵라면으로 하청노동의 고단함과 부당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떠난 그의 6주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생명안전주간을 선포하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노동자들이 산재 없는 일터, 교통약자 배려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이상명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 총무부장
이상명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 총무부장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10일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나흘째 전면파업을 했다. 파업을 알리는 선전물과 함께 서울시보다 비싼 요금 200원을 돌려드렸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전철을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화를 요구하는 싸움이다.

용인경전철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시작됐고 다단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용인시가 용인경량철도㈜로, 용인경량철도는 다시 네오트랜스로 재위탁을 줬다. 그러다 보니 용인시가 세금으로 운영비를 주지만 중간에 다단계 운영업체들이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가로채 가기 때문에 인건비·유지보수비를 줄이지 않고는 운영이 안 되는 구조다. 용인경전철의 안전·유지·보수 인원만 봐도 안전인원 확보는 뒷전인 것을 알 수 있다.

용인경전철은 기흥역에서 전대·에버랜드역까지 15개 역사, 18.1킬로미터 구간을 30대 열차로 운영하는데 안전에 필요한 최소 필수인원만 고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휴가자가 있거나 사고가 발생할 때는 항상 인원이 부족하다.

관제실은 무인운행하는 특성상 관제사의 업무중요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수유지 인원인 17명만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직원의 연차·경조 등 휴가 발생시에는 필수인원보다 적은 인원으로 아슬아슬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니 한 달 소정근로시간보다 29시간 많이 근무하고, 휴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철도기관 관제 운용인력 중 가장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게 용인경전철의 현실이다. 그러나 피고한 상태의 관제업무는 다단계 위탁으로 인해 용인시의 어떠한 감독도 받지 않아 회사는 방관만 할 뿐이다.

관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에서 고객의 안전을 담당해야 하는 고객지원팀은 15개 역사를 23명이 한 개조로 운영되던 구조였는데 한 개조가 17명으로 축소됐다.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는 열차의 특성상 열차장애 조치, 스크린도어(PSD) 장애 초동 조치, 승강시설 사고 조치, 시설물 안전점검 등 역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다. 주말에는 휴게도 없이 1년 이상을 근무하며 시민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접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은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게공간 없이 역사 내 창고, 또는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의자에 몸을 기대어 쉴 뿐이다.

선로를 유지·보수해야 하는 인원도 부족해 하루에 두세 명만 투입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중량물을 취급하는 침목 교체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회사는 인원의 추가 채용은 없이 중량물 취급작업 등 위험이 노출되는 작업에는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외부업체와 인력지원이라는 명목의 단기계약을 체결하며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용인경전철의 안전상태는 언제 안전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운영사인 네오트랜스는 본질적인 해결 없이 그때그때 땜질식 처리로 사고를 겨우 막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하는 노동자와 이용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열악한 처우지만 자부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전전긍긍하며 휴가도 휴식도 없이 2인1조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고 혼자서 묵묵히 일할 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용인경전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일부 역사는 대체인력도 없이 운영하며, 역 안전직원이 적다는 이유로 시민이 객차 내 사고를 관제실에 알릴 수 있는 버튼마저 회사가 테이프로 막아 버리는 등 시민 안전을 포기하고 있다.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의 투쟁은 6주기를 맞는 구의역 참사와도 맞닿아 있다. 구의역 사고 이후 2인1조 안전근무가 사회적인 상식이 됐지만 안전을 가벼이 생각하는 용인경전철은 2인1조는 고사하고 부족한 인력으로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회사뿐만 아니라 용인시도 문제다. 세금으로 시행사에 운영을 위탁했지만, 시행사에서 운영사에 재위탁하면서 운영과 관리·감독은 물론 노동조합의 안전인원 충원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 요구에 노동자와 운영사만의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

6년 전 귀한 생명을 잃으며 얻은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는 교훈과 상식이 경전철에도 통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지자체에 민간위탁된 도시철도를 공영화해야 한다. 세금을 세금답게 쓰고, 누구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정답이다. 용인경전철지부는 안전인력 확보를 요구하며, 공공교통 공공성 강화와 시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투쟁을 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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