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 노동자가 사망했다. 구의역 김군, 한 끼 식사용 컵라면으로 하청노동의 고단함과 부당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떠난 그의 6주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생명안전주간을 선포하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노동자들이 산재 없는 일터, 교통약자 배려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또다시 5월이 됐고,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세상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와 여당 의원 100여명이 함께 광주를 찾아 광주정신을 이어 가겠다고 한다. 40여년 전의 광주는 사과하고 함께할 수 있는 옛(?)일이 돼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 일터에서 돌아가시는 노동자들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5월이면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숨진 김군을 추모하며 생명안전주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가 여섯 번째 추모제이고 생명안전주간이다.

2017년 시민들에게 산재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진전을 열며 생명안전주간을 통해 과로로 죽어 가는 노동자의 문제를 드러냈다. 2018년에는 비정규직 선원들과 안전인력·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함께했고 2019년에 김용균 노동자를 포함해 재해로 가족을 잃은 분들이 함께하는 추모식에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자는 가족모임을 시작했다. 2020년 산재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108배와 추도식으로 영령을 위로했다. 2021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았다. 그리고 매년 사고 다음날인 5월29일 김군의 열아홉 생일에서 멈춘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의로 생명안전주간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일터엔 ‘김군’들이 있다. 비정규직이어서, 청년이어서, 위험한 일이어서, 단순하다고 치부돼서, 생명보다 이윤 때문에 악 소리 못하고 죽어 가는 ‘김군’들이 있다.

올해 노조는 생명안전의 소중함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철폐를 위해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대통령님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만납시다’를 주제로 한다.

이런 모습에 기시감이 든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에서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 노동자의 영정 사진이다. 그때도 ‘문제인 대통령, 비정규 노동자와 만납시다’를 들고 있었다. 여야도 바뀌고, 대통령도 바뀌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구의역 김군을 통해 ‘위험’ ‘비정규직’ ‘외주화’ ‘청년’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위험을 외주화하고, 외주화된 위험은 더 큰 위험으로 반복되는 세상이다.

물론 조금은 바뀌었다. 매일 뉴스를 보면 산재로 돌아가신 노동자들이 보도되면서 국민은 산재의 심각함을 알게 됐다. 노동조합은 없지만 가족을 일터에서 잃은 분들은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고, 회사에 책임을 묻는 싸움을 한다. 국민의 10만 입법청원과 노동조합·가족들의 단식농성으로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그런데 이 바뀜이 불편한 이들이 있다. 언제든 위험한 일을 전가하고, 싼 비용으로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필요한 기업들이다. 경총은 잉크도 마르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손쉽게 수정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있게 노동시간 제한을 없애자고 한다. 공공부문이 비대하다며 다시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려고 한다.

우리는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다. 안전한 전기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철도·지하철을 제대로 점검할 인력이 필요하다. 노후시설이 폭발하지 않도록 예산을 요구한다.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안전한 화물운송이 보장돼야 한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그래서 다시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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