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 노동자가 사망했다. 구의역 김군, 한 끼 식사용 컵라면으로 하청노동의 고단함과 부당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떠난 그의 6주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생명안전주간을 선포하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노동자들이 산재 없는 일터, 교통약자 배려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한상각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장
한상각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장

2016년 5월28일, 구의역에서 열아홉 살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의 가방에서는 시간에 쫓겨 먹지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이 나왔고 시민들은 ‘어떻게 일을 이렇게 시키냐’고 분노했다. 외주화가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은 앞을 다투어 구의역 9-4 승강장을 다녀갔다. 2018년 태안화력의 스물네 살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을 때도 그의 사물함에서 컵라면이 나왔고 ‘죽음’을 외주화한다는 거센 분노가 터져 나왔다.

구의역 산재 사망사고가 난 지 6년이 흘렀지만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에서 여전히 비정규 노동자들은 넘쳐나고 열악한 처우와 안전보다는 비용, 효율성이 강조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돼 있는 한국마사회지부,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철도고객센터지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이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일손을 놓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파업투쟁을 한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장을 비롯한 시설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고용하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한국마사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뼈가 빠지게 일을 한다. 한국철도공사는 일부 역사의 역무, 주차관리, 셔틀버스 운영, 전화상담 업무 등을 코레일 네트웍스라는 자회사에 맡겨 두고 있다. 코레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코로나 시기에도 철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화상담 업무를 외주화해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속기관화라는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우리는 공통점이 있다. 10년을 일해도 받을 수 있는 월급이 200만원 남짓이다.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200만원에 못 미치기도 한다. 이렇게 열악한 처우다 보니 아파도 쉬기 어렵고 인력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가 쉬려면 대신 근무를 할 사람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입사한 후배들은 힘든 노동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아간다. 후배들이 새로 입사를 해도 앞으로 같이 일할 동료라는 생각보다는 ‘얼마나 버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고 말하면 축하해 줘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고 해도 이중 삼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자회사 사측과 교섭에서는 원청인 공공기관이 도급비를 낮게 책정해서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원청을 찾아가서 얘기하면 정부, 즉 기획재정부의 승인 타령을 한다.

공공기관은 해당 업무를 자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일을 맡긴다. 그런데 경쟁입찰에나 있을 법한 낙찰률을 적용해 시중노임단가로 설계된 인건비 중 많게는 12%를 깎고 인건비를 결정한다. 노사가 처우개선에 합의를 해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공공기관 자회사는 기재부의 예산운영지침 때문에 임금을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정부의 불합리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드러내고 정규직 전환 지연을 규탄하기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썼다.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을 효율화하고 출자회사를 정리해라, 재무건전성을 높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효율적 운영, 자율·책임경영 강화를 통한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대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효율성을 강조하고 노동자들을 쥐어짠 결과가 열아홉 살의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스물네 살의 태안화력 김용균의 죽음이다. 시민들은 누군가의 죽음을 싣고 달리는 지하철을, 누군가의 죽음이 담긴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미안했고 불편했다. 그런데 구의역 6주기를 앞두고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서울교통공사에서 외주화 얘기들이 나온다고 한다. 구의역 사고 당시의 기사를 검색해 보라! 보수적이고 시장논리만 강조하는 경제지마저도 “하청 청년의 비극, 시작은 ‘효율경영’이었다”고 썼다.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공공기관의 효율성만 강조해 죽음의 일터, 고통의 일터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모범적인 사용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할 것인가? 그 얘기를 5월28일,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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