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후강사노조 서울지부는 지난달부터 평일 출근·점심시간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방과후학교의 적극적 운영을 위한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지은 노조 서울지부장이 26일 오전 선전전을 했다. <정소희 기자>
▲ 방과후강사노조 서울지부는 지난달부터 평일 출근·점심시간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방과후학교의 적극적 운영을 위한 선전전을 하고 있다. 박지은 노조 서울지부장이 26일 오전 선전전을 했다. <정소희 기자>

“교육청은 ‘방과후학교는 학교장 재량’이라고 말하고, 학교는 ‘학부모 요구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수요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운영을 거부하는 곳이 있는 거죠.”

박지은 방과후강사노조 서울지부장은 “단위학교가 방과후학교 운영을 거부할 수 있어 아직도 운영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학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부는 지난 1월부터 평일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적극적 방과후학교 운영을 촉구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초·중·고교에서는 방과후학교가 하나도 개설되지 못하면서 강사들은 긴급돌봄이나 방역 일자리를 찾았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만난 박 지부장은 “당장 개학을 코앞에 뒀는데 계약서를 쓰고도 (운영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해) 대기하는 강사들도 있다”며 “운영기준에 일관성이 없는 교육당국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00여개 초등학교 중 8곳만 절차 운영

서울지부는 1일 조합원이 출강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운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는 607개 초등학교가 있다. 지부 조사 결과 서울시내 초등학교 103곳 중 방과후학교 운영을 확정한 곳은 비대면과 대면을 포함해 50개였다. 개학을 앞두고도 운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44곳이나 됐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도 방과후학교 운영 여부를 논의하지 않은 학교도 5곳 있었다. 학교운영위와 학부모 수요조사를 모두 진행한 학교는 8개에 불과했다.

지부는 대부분 학교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가이드라인조차 따르지 않고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펴낸 ‘2021 방과후학교 길라잡이’에는 방과후학교 운영의 기본 원칙을 “학교의 장이 학교 여건과 학생·학부모의 요구를 고려해 학교운영위의 심의(자문)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명시됐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개학 전 연간운영 계획을 세우도록 권장한다. 이 계획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 강사를 모집하도록 한다.

박 지부장은 “수요조사에 방과후학교 운영을 선택지로 넣지 않는 학교도 있고 방과후학교에 대한 학교운영위나 수요조사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장 재량이라는 이유로 운영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를 이유로 방과후학교가 열리지 않아 비대면으로라도 열 수 있도록 권장하는 내용을 ‘2021 방과후학교 길라잡이’에 포함했다”며 “하지만 학교장들이 방역 등에 부담을 느껴 개설하기 어려워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돌봄교실 필요하면, 방과후학교도 필요하다”

2019년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전국 초·중·고등학생은 260만명가량이다. 초등학교는 99.8%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학생 150만명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다. 교원과 외부강사를 합하면 약 20만명의 강사가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방과후학교는 2004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초로, 기존의 특기·적성교육까지 합하면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다. 스포츠·음악·미술 등 다양한 교과 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교육격차를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근거법 없이 가이드라인만을 기준으로 운영하다 보니 계약직 신분인 강사들의 고용불안은 코로나19와 겹쳐 매우 높아진 상태다.

박 지부장은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지만 돌봄수요가 높아 돌봄반을 계속 증설하는데 방과후학교만 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돌봄교실이 필요하다면 방과후학교도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교육당국은 방과후강사의 불안정한 신분 상태에서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방과후교실의 질이 유지된다는 입장”이라며 “방과후강사들은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불안한 노동과 차별 속에서 교육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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