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34일간 ‘희망뚜벅이 행진’을 이어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청와대 앞에 도착해 단식농성자들과 함께 마무리 집회를 하던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 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복직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에 나선 지 34일 만에 청와대에 도착하며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노동자·시민과 함께 400킬로미터를 걷는 길 위의 투쟁은 끝났지만 한진중공업 노사 교섭 난항으로 복직까지는 아직 더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다.

1천명 희망뚜벅이 흑석역에서 청와대까지

‘김진숙 희망뚜벅이’는 7일 오전 흑석역에서 출발해 갈월동 한진중공업 본사 앞과 서울역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농성장을 거쳐 청와대 분수대 단식농성장 앞에 도착했다. 주최측 추산 1천여명이 김 지도위원과 함께 걸었다. 청와대 앞 단식단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해 온 김 지도위원은 이날로 48일째 단식농성 중인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를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들은 김 지도위원 요청으로 이날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김 지도위원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기자회견에서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며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라고 외쳤다.

김 지도위원 옆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를 이유로 해고된 대우버스·한국게이츠 노동자, 아시아나케이오·아사히글라스 비정규 해고 노동자, 11년 만에 복직했지만 다시 구조조정 위협을 겪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김 지도위원과 마찬가지로 여성 용접공으로 일하다 20대 나이에 해고된 변주현(27)씨는 “‘투쟁도 좋지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따뜻한 데서 자고 좋은 음악도 들으면서 살라’는 김 지도위원 편지를 읽고 많이 울었다”며 “김 지도위원 복직을 통해 해고 없는 세상으로 한걸음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8일 이후 교섭 재개할까

김 지도위원 복직을 위한 한진중공업 노사 간 첫 공식교섭이 최근 열렸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금속노조와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에 따르면 지난 4일 한진중공업 노사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섭을 했지만 결국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결렬됐다. 노측에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문철상 노조 부양지부장이, 사측에선 이병모 대표이사 등이 참여했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복직이 아닌 재채용 방식과 임원 모금을 통한 위로금 마련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에도 교섭이 예정돼 있었지만 사측이 8일로 교섭을 연기하자고 통보하며 무산됐다.

김호규 위원장은 “7일을 넘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8일 이후 교섭이 재개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움직임도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한 노동시민종교인 연석회의 대표단은 지난달 28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했다. 당시 이 대표는 “7일 전까지 구체적인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고 면담 착석자들은 전했다. 연석회의 대표단은 지난달 19일 정세균 국무총리 면담을 통해 김 지도위원 복직 문제를 논의했고 이달 5일 박병석 국회의장과도 만났다. 대표단은 김 지도위원 해고가 당시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부당해고이므로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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