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인천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지난달 28일 추락사한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51)씨가 수행하던 업무가 상차작업이 아니라는 한국남동발전의 주장에 공공운수노조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정면반박했다. 남동발전은 같은달 30일 “상차 역무의 경우는 기계설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차량운전자의 역무가 아니다”며 화물노동자의 상차작업을 부인해 왔다.
류 의원은 2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센트럴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회정제설비 운전 지침서’에도 상차시 작업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상차 업무 전반에 대해 남동발전이 매우 꼼꼼하게 화물노동자에게 상차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유가족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공개된 ‘영흥발전본부 회정제설비 운전 지침서’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의 주차 후 (석탄회) 유량조절 밸브 조작부터, 비산 방지 주의와 밸브를 닫는 행위까지 담겨 있다. 해당 지침서는 지난 8월 작성됐다.
보다 구체적인 업무 지침은 ‘제어실 내 반출 차량 공지사항’에도 담겨 있다.
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는 지난 3월26일 고려에프에이를 포함한 하청업체 수 곳에 해당 공지사항을 첨부해 공문을 보냈다. 공지사항에는 “석탄재 상태에 따라 가벼워서 탱크가 넘치는 경우나 무거워서 슈트(석탄회가 나오는 입구) 안에 (석탄회가) 쌓여 올라가는 경우가 발생하니, (석탄회) 출하버튼을 누른 뒤 35톤에 (도달하면) 상부에 올라서 넘치는지 만차시까지 위에서 지켜봐 달라”고 명시되는 등 화물노동자가 주의해야 할 내용들이 담겨 있다.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본부가 작성한 공문에는 “상차 순서(반출차량 공지사항 참조)”를 적기도 했다. 고인이 수행한 업무가 상차 과정의 일부로 여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준선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화물차의 상차란 도구를 이용해 물건을 차에 싣는 행위를 이야기하고, 슈트를 차량에 연결하는 것은 상차의 일부”라며 “남동발전은 자신이 (업무를) 시킨 사실을 은폐하려 상차작업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아들은 “오늘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일이 된 날”이라며 “남동발전 사장님이 어제 찾아왔고, 아버지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사고 원인 규명과, 아버지와 같은 경우가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확실한 답을 원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며 비판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사고원인을 비롯해 전반을 조사하고 있는 중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인은 운송업체 고려에프에이 소속으로 노동자로 BCT화물차로 석탄회를 나르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는 석탄회 처리 업무를 고려에프에이에게 맡겼다. 석탄회반출 관리 업무는 또다른 하청업체 금화PSC에 맡겼다. 심씨는 지난달 3.5미터 높이 화물차 상부에서 석탄회를 싣고 내려오다 떨어져 숨졌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씨의 아들이 지난 1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노조 관계자의 발표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씨의 아들이 지난 1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노조 관계자의 발표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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