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법률원에서 주로 노동법을 근거로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고 노동권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구조조정이다. 각종 터널링부터 시작해 사모펀드에 의한 회사 자산 약탈과 차입매수(LBO), 외국 자본의 투기적 행위, 사업장 해외이전·폐업, 각종 희망퇴직·정리해고 등은 노동법만으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회사법 등(각종 특별법 포함)도 같이 동원해야 하는데, 회사법 등은 노동권에는 애초부터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회사법적 논리에 따라 이뤄지므로 최
새우인가 복숭아에서 화끈한 맛이 난다고 한 친구가 있었다. 나에게 복숭아는 털을 벗기면 속살이 설탕 덩어리마냥 뽀얀 과육이 달콤하고, 나에게 새우는 이러나저러나 요리의 감칠맛을 더해 주면서도 껍질을 벗기면 탱글탱글한 맛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복숭아인지 새우인지 무언가에서 화끈한 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거짓말하지 마”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허리디스크가 터져 두 달간 와식 생활을 하던 때였다.허리가 오랜 기간 안 좋았던 나에게 병원이 내린 진단명은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
날이 더워지면 2018년 어느 여름날 비보가 떠오른다. 한 정치인의 비극적 죽음에 며칠간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그를 추모하거나 그리워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노동운동이나 정치의 공간에서 노동자와 약자의 이해가 진전되도록 노력하겠다 다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다수 노동자의 삶이 소외되는 언론 공간에서 하나라도 의미 있는 뉴스를 전하겠다 마음을 다잡는 기자들도 있으리라. 혹자는 그의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정치적 언어를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나는 그를 애도하는 방식 중 하나가 정치(인)와 ‘돈’ 문
“아이가 한글보다 죽음을 먼저 배운 것 같아 걱정돼요.”“여섯 살 아이가 탈모가 왔어요.”재판부의 판결 선고를 듣고 유족분이 제게 한 말입니다.귀 재판부는 이달 16일 이천화재 형사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셨습니다. 귀 재판부는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TF 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셨습니다. 판사님은 “산업발전, 전문화된 영역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에 대해 관계법령에서 예방 내지 안전조치를 부과한다. 이러한 법령이 없다면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잘 아시겠지만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판단함에 있어
윤석열은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자유’에 대한 유별난 강조는 사회민주주의나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윤석열은 사회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의 일부인 경제민주주의와 산업민주주의에도 반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윤석열은 2019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0년에 밀턴 프리드먼과 로즈 프리드먼 부부가 함께 쓴 (Free to Choose)를 꼽았다. 10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방
콜바비치는 관광지치고는 조용한 시골마을이었지만, 잠귀 밝은 이들에게는 꽤나 소란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동네 부지런한 닭님들과 개님들이 경쟁하듯 울부짖는 통에 해변 마을의 새벽은 꽤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뜻하지 않은 강제 기상. 일어난 김에 아침밥 먹기 전까지 오늘의 일정을 그려 본다. 생전 처음 와 보는 곳이지만 동네가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여행 오기 전에 구글 스트리트뷰로 워낙 많이 돌려 봤던 탓에 몇 번은 와 본 듯한 기시감을 느낄 정도가 돼 버렸으니. 시골 동네를 오가는 버스라고 해도 정기적인 노선이라면 구글 지도에서 좀처럼
이달 23일은 고 노회찬 의원 서거 3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노회찬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3주기 추모 행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드릴까 한다. 먼저 17일은 마석모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추모객의 참여는 받지 않고, 유족과 재단 관계자들만 모여 추모제를 갖고 온라인 동영상으로 중개할 예정이다.17일부터 28일까지는 전국 19개 지역 영화관에서 추모상영회를 개최한다. 상영되는 영화는 9월에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의 추모 상영용 별도 편집본이다. 추모상영회 참가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2019년에 비해 13만7천명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는 8만2천명 줄었다.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낮을 걸 감안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 취업자가 2배 정도 더 피해를 입었다.그런데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에 기대어 페미니즘을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조선일보가 지난 5일 ‘이준석의 공정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다.조선일보 칼럼은 “(이준석 대표가)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제는 실패했다’고 단언하며, ‘여가부는 이
최근 필수노동자 실태조사에 참여하면서 다수의 인터뷰를 하게 됐다.청소노동자, 생활폐기물 수거 노동자를 만났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장애인 활동지원사, 사회복지관 사례관리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필수노동자에 대한 조사라 그런지 대상 직종이 다양하다. 그에 따라 인터뷰해야 할 노동자도 많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활동한 지 2년하고 4개월이 됐다. 그간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해봤기에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그런데도 인터뷰하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낯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한 채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근로기준법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 조항이 시행된 지 2년을 맞았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얼마나 법의 효용성을 실감하고 있을까.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직장내 괴롭힘 경험을 조사했다. 피해 노동자의 약 70% 가까이가 직장내 괴롭힘 후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20% 가까이가 퇴사했다. 항의했다는 노동자는 30%에 그쳤다(복수응답 가능).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는 답이 약 62%였고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는 답
과거 대형마트의 매출은 매장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출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많은 사람들은 마트에 직접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매출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마트에서 고객이 요청한 장소까지 배달해 주는 배송노동자의 필요성 역시 함께 증가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이렇게나 필수적인 인력임에도 대부분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마트와 직접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계약 내용만 놓고 보면 배송노동자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운
별수는 없다. 그저 깨어나고 잠에 든다. 어김없이 밝아 온 날, 새롭고도 낡은 숫자들이 쏟아진다. 해를 넘긴 감염병 확진자수, 오르고 내리는 주가들, 기업들의 실적 전망, 차기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수조 단위의 새로운 투자들, 억단위로 갱신되는 아파트 매매가, 달마다 기록을 갈아 치우는 실업급여 지급액, 시급 기준 440원이 오른 지난 밤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액.숱한 숫자들을 더듬어 살아간다. 숫자들 너머의 삶과 노동을 가늠하려 다투지만 어렵고 두렵다. 밝아온 오늘, 깨어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숱한 숫자들이 이루는 평균값에
이번에도 국회와 정치에 관한 낱말 몇 개를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아래 낱말을 보자.통상의회(通常議會) : 정기적으로 소집되는 국회.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법에 따라 매년 한 번씩 100일간의 회기로 소집된다.=정기 국회.정기국회를 통상의회라는 말로 부르는 게 사실일까? 통상의회라는 말은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이후 만들어진 제국의회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정가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에 가끔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947년에 새로운 일본국 헌법이 만들어졌으며, 그때부터는 통상국회(通常國會)
1. 지난주는 두 차례나 파견소송을 협의했다. 그 둘 다 파견근로를 주장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해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하나는 경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 중인 상용시제차량 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드라이버) 노동자들의 사건이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작성하고서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로 일해 왔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생산공정에서 일해 온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왔던 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행일 이듬해인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대해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즉 ① 복수의 노조가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노조 상호 간 반목 ② 위 ①과 같은 경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 ③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 효율성 저하와 교섭비용 증가 ④ 복수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4차 TV토론회에서 정세균 후보는 이재용 사면 문제에 대한 추미애 후보의 질문에 “저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경우 경제 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정 후보는 공공연하게 이재용 사면을 주장하는 삼성 장학생 이광재 후보와 얼마 전 후보단일화를 했다.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이재용 사면을 언급하고,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을 긍정하더니, 이제 전직 국무총리인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이재용 사면을 주장한다. 또 정세균 후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유력한 여
우열감은 어떻게 강화될까“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그러니 인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생각하는 이성이 얼마나 위대한가. 종교가 지배하던 시대에는 ‘신이 창조했다. 고로 존재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믿음이 강렬하게 타오른 근대를 맞아 인류는 과학기술을 더 활짝 꽃피웠다. 산업혁명으로 비약적 생산력 발전을 이룬 인간은 신을 제끼고 만물의 영장처럼 등극했다.이성을 가진 우월한 인간이 동전 앞면이라면 뒷면에 새겨진 개념은 미개인이다. 오래전부터 있던 대륙을 자기들 맘대로 “신대륙”이라 부른 서쪽 인간들은 열등한 미개인에게
복수노조 사업장의 B노조는 A노조에 “어용노조, 꼭두각시, 인간 장사” 등의 표현을 사용한 소식지를 발행했다. 이에 대해 A노조는 B노조가 상급단체 연대시위를 진행한 것을 두고 “조합비로 알바 쓰는 1인 시위 중단하라”는 소식지를 발행했고 이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 각각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모욕적인 언사인 것은 맞다. 이 경우에 법원은 비록 모욕적 표현이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
연일 보도되는 쿠팡 노동환경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으면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맨몸으로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면 물류단지의 높고 거대한 건물들이 주는 위압감에 주눅 들곤 했다. 그곳에서 소위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 분류 작업을 했다. 하루종일 물건을 나르고, 올리고, 내리고를 쉼 없이 반복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지만 오래하면 몸이 다 망가질 것 같아 금방 그만뒀다.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기사를 보며 근골격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해운산업 행사를 하느라 가뜩이나 바쁜 부산신항이 이틀간 멈춰 항만업계의 불만이 가득하다는 기사를 ‘단독’이란 이름을 달아 보도했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와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 및 1.6만TEU급 한울호 출항식’을 열었다. 매경은 7월1일자 1면에도 ‘40분 대통령 행사 위해… 이틀간 멈춘 부산신항’이란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매경은 이 단독기사에서 “대통령 행사 한다고 며칠씩이나 배를 묶어 둬 부두를 마비시키는 게 말이 됩니까” “불만의 목